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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파일] '몬스터 컬렉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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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되는 고전 명작들이 너무 많아 전문가라도 모두 챙겨보는 게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중 공포나 SF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선물 꾸러미로 '몬스터 컬렉션'이 있다.

공포 영화의 명가였던 유니버설사가 제작한 1930~50년대의 대표작 8편을 묶은 것이다. 영화사 책과 숱한 영화에서의 인용, 그리고 최근의 리메이크를 통해 제목을 익히 들었던 고전들이다. 감독과 배우 이름만 들어도 경외감이 생길 정도다.

제임스 웨일의 1931년작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에서 시체를 기운 네모난 얼굴에 번개 동력으로 생명을 얻은 거구의 괴물 역을 맡은 배우는 보리스 카를로프.

카를로프는 제임스 웨일의 35년작 '프랑켄슈타인의 신부(The Bride of Frankenstein)'에서 고대하던 여자 친구를 얻게 된다. 머리카락을 곤두세운 이집트 헤어스타일을 유행시킨 여자 괴물 역을 맡은 배우는 엘자 란체스터.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여자 괴물이지만 남자 괴물의 흉측함에 놀라 비명을 지르다 죽는다.

카를로프는 칼 프레운드의 32년작 '미라(The Mummy)'에도 출연한다. 사랑하는 공주를 찾아 30년대로 온 이집트 제사장 이모텝으로 분했다. 강렬한 눈빛과 이국적인 외모로 갖가지 마술을 부리며 혼을 빼놓는 연기는 카를로프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제임스 웨일의 33년작 '투명 인간(The Invisible Man)'에서 붕대로 얼굴을 감고 목소리로만 연기한 배우는 클로드 레인즈. 언어 장애와 전쟁 중에 마신 독가스로 성대를 다친 그는 데뷔작 '투명 인간'에서 허스키한 음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31년작 '드라큘라(Dracula)'에서 검은 망토의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한 이는 벨라 루고시. 루고시는 강한 외국어 액센트와 창백한 분장으로 어린이들에게까지 인기를 끌었다.

56년 그가 땅에 묻힐 때 아들은 드라큘라 망토를 함께 묻어줬다. 루고시는 조지 와그너 감독의 41년작 '늑대 인간(The Wolf Man)'에서 보름달이 뜬 밤이면 늑대로 변하는 집시로 잠깐 출연한다. 그의 뒤를 이은 늑대 인간은 론 채니 주니어가 맡았다.

잭 아널드의 54년작 '해양 괴물(The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에는 아마존 늪에 사는 아가미 인간 괴물이 나온다. 공룡 머리에 악어 몸통을 한 이 힘센 괴물의 복장 속에는 두 명의 남자 배우가 번갈아 들어가 연기했다고 한다.

드라마와 달리 공포.SF 영화의 고전을 요즘 보면 시시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지레짐작은 위 8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투명 인간이 붕대를 풀자 얼굴이 사라지는 특수 효과는 물론 이들 괴물이 아름다운 여인을 안고 가는 장면의 섹슈얼한 이미지 등은 지금 봐도 감탄을 금할 수 없다. 8편 모두에 평론가의 코멘터리, 괴물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상세한 다큐멘터리가 들어 있어 백과 사전 노릇을 톡톡히 한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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