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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 남긴 「개런티」40%인상 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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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화종사자에 대한 「개런티」인상문제를 둘러싸고 몇 달째 팽팽히 맞서오던 영화제작자협회(회장 황영보)와 영화인협회(이사장 최훈)는 지난달31일 현행「개런티」에서 40%씩 인상지급 한다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당초 영화인협회가 「개런티」인상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현행 「개런티」가 이미 10년전에 책정된 것으로 이「개런티」로는 계속 영화에 종사할 수 없다』는 몇몇 영화인들의 견해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10년전의 영화종사자에 대한 「개런티」는 전체 제작비의 50%에 육박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30%도 미달이며 영화종사자들이 점점 많아져 「개런티」를 「덤핑」하는 등 스스로 평가절하, 이렇게 하다가는 오히려「개런티」가 더욱 낮아질 우려도 있다는 것이었다.
1백%인상을 내건 이들의 「개런티」인상투쟁의 시발은 단합된 힘으로써 잃어버린 영화인의 권익을 되찾자는 것이지만 이러한 투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보다 복합적인 의미는 영화를 철저하게 「영화인의 영화화」하자는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제작자는 영화인이 아니며 다만 업자에 불과한데도 우리 나라 영화계에서는 영화인이 제작자의 수족같이 움직여 영화제작에 있어서의 모든 것이 제작자의 뜻대로 움직여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선 정당한 대우부터 받고 나서 영화제작에 있어서 영화인의 위치를 공고하게 확립하자는 것이 영화인들의 의도였다.
이러한 영화인들의 의도가 처음에는 꽤 철저하게 작용되어 『1백%인상이 관철될 때까지 모든 영화촬영을 중단한다』는 구체적인 투쟁방안까지 마련 ,실제로 지난 2, 3개월 동안 영화제작이 「올·스톱」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마치 「인내의 싸움」 같은 느낌을 주었던 영화인과 제작자간의 이 같은 불법화음은 처음부터 승패가 분명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인들은 영화만이 그들의 유일한 생계방법이며 외화수입 등 돌파구를 열어 놓고있는 제작자들은 이러한 영화인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자측의 반응을 기다리던 영화인측은 당초목표를 반으로 깎아 50%인상을 제의하기에 이르렀고 제협은 30%을 종용, 절충끝에 40%인상으로 낙착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감독은 70만원, 촬영기사는 42만원, 조명기사는 35만원, 「시나리오」작가는 40만원(오리지널」의 경우). 이밖에 연기자들도 현행보다 40%씩 인상지급 받게 되었다. 그러나 40%가 인상된 「개런티」자체가 아직도 정당한 대우로 볼 수는 없는 것이며「개런티」인상투쟁과정에서 영화인들이 스스로의 약세를 노출함으로써 「영화의 영화인화」계획도 흐지부지, 앞으로 영화인들은 제작자의 보다 큰 영향아래서 활동하게 되리라는 전망만 더욱 확실히 보여주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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