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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 필수품「포크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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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즈음 음치가 아닌 웬만한 젊은이들이면「포크·송」한 곡씩은 부를 줄 안다. 이제「포크」는 젊음의 표상이기라도 한 듯 각층의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애창되고 있다.
폭포나 해변이나 어느 곳이나 젊은이들이 있는 곳이면「기타」선율에「포크」가사를 읊으며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젊은이들의 피서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용한『작은 연못』『아침이슬』에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때로는『소낙비』『꽃 피우는 아이』등의「포크·송」을 목청 높여 부르며 삼복 무더위를 씻는다.
농어촌봉사활동·조국순례 대행진 등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휴식과「레크리에이션」시간에 피서에 못나간 젊은이들은 집안 창가에 걸터앉아 유행하는 한 곡의「포크」가사를 조용히, 때로는 포효하는 음성으로 암송하면서 후텁지근한 장마 속 열기를 몰아내기도 한다.
피서지에 몰린 젊은이들도「포크」를 애창하기는 마찬가지-. 해변의 밤이나 피서열차의 객차 속을 누비는 젊은이들의「고고」나「포크·송」이「말썽거리」로 등장한 것도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이들의 피서 필수품이 된「포크·송」은 소음과 퇴폐라는 질책을 받던 과거의「재즈」같은 양곡들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포크·송」을 즐겨 부르는 오늘의 젊은이에게서 콧대높고 줏대 있는「젊은 한국」을 볼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긍정이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애창되는 최신「포크」가사 속에 흐르는「젊은 한국」의 심장소리를 들어본다. 원래「포크·송」의 생명은 그「멜러디」보다는 가사에 있다고 한다.
『무궁화 꽃을 피우는 아이/이른 아침 꽃밭에/물도 주었네/날이 갈수록 꽃은 시들어/꽃밭에 울먹인 아이 있었네/무궁화 꽃피워/꽃밭 가득히/가난한 아이의 손길처럼/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져/꽃 피우던 아이도/앓아 누웠네/누가 망쳤을까/아가의 꽃밭/누가 다시 또 피우겠나/….』
「포크·싱거」김민기군이 작자·작곡·노래한『꽃 피우는 아이』의 가사다. 김군을 비롯한 대학생「포크·싱거」들은 대부분이 노래 뿐만 아니라 작사·작곡까지 다하는 재주를 가진 게 특징-.
이들이 작사한 최신「포크·송」들의 가사는「발라드·송」「스타일」의 중얼거리는 듯한 대?와 반복이 많다. 때로는 이들의 가사가 반항적 넋두리 식으로 하여 말썽을 빚기도 한다. 『작은 연못』같은 노래는 한때 방송 금지곡이 됐던 일도 있지만 대체로 이들의 노래는 우리 것에 집착하는 주체성과 젊음의 우수를 읊는다. 최근 몇 명의 대학생「포크·싱거」들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우리국악의「포크·송」화기도는 단순한「국산품노래」의 고집이라기 보다는 내 것을 갖자는 주체의식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미풍 같은 흥얼거림의 젊은이들의「포크」가사는 때로 한여름 소나기가 되어 천둥소리를 읊는 물에 빠진 시인의 노래가 되기도 한다.
『어디에 있었니 내 아들들아/어디에 있었니 내 딸들아/나는 안개 낀 산 속에서 방황했었다오/시골의 황토 길을 걸어 다녔다오/어두운 숲 가운데 서 있었다오/시퍼런 바다 위를 떠다녔다오/소낙비 소낙비 소낙비/끝없이 비가 내리네/무엇을 들었니 내 아들들아/무엇을 들었니 내 딸들아/나는 비오는 날 밤에 천둥소릴 들었소/세상을 삼킬 듯한 파도소리를 들었소/물에 빠진 시인의 노래도 들었소/….』
이연실양이 부른『소낙비』의 가사다.
「포크」의 가사는 흔히 사랑·여자·인생허무 등을 내용으로 하는「팝」이나「트로트」등의 가요와는 다르다. 어제의 절망, 오늘의 극기, 내일의 희망이 한 곡의「포크」가사 속에서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기를 달래는 넋두리이다. 또 더위를 잊은 채 열심히「기타」선율을 튀기면서 중얼거리는「포크」가사는 밝은 내일을 지향하는 젊은 열의이기도 하다.
『새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한다/새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먼 옛날 멀어도 아주 먼 옛날/내가 좋아서 당신의 초롱한 눈망울을 닮았구나/당신의 닫혀있는 마음을 닮았구나.』-『새들』(송창식 작사·작곡·노래)
이같은 최근 발표곡들의「포크」가사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침묵 속에 흐르는 의식의 일단을 엿볼 수도 있다.
『구름아 모여라 하늘까지 모여라/소낙비야 내려라 천둥아 울리렴/오늘 비가 내리네 추억처럼 내리네/내 가슴에 내리네 눈물처럼 내리네.』-『비』(이장희 작사·작곡, 김세환 노래)
피서의 계절을 따라 젊은이들이 특히 즐겨 부르는『비』를 소재로 한「포크·송」가사들도 한결같이 단순한 낭만이나 애수의 감사보다는 응결된 정열을 풀어보려는 안타까움이 숨어있다.
오늘의 현실과 미래의 꿈 그리고 낭만을 가슴에 안고 넋두리처럼 통「기타」에 맞추어「포크」를 불러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20세기의 음유시인들인가?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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