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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부정」은 식민지사관 도습|「한국고대사학회」국사교과서 평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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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교부가 올해 처음 펴낸 초-중-고교의 국정국사교과서에 국조 단군을 신화로만 취급한 고대건국사의 사관정립에 대해 일부학계에서 크게 반발, 조속한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안호상)는 26일『민족 주체적 사관정립을 내세우는 문교부가 단군과 기자조선을 부정, 오히려 일본의 식민지사관을 도 습한다』는 성명서를 발표, 이날 하오 2시부터 재건국민운동 중앙회 회의실에서 이 국사교과서에 관한 평가회」를 열었다.
이병학·이선근·김상기 박사 등 각계인사 70여명이 서명한 이 성명서는 각급 학교의 국사교과서에 단군 조선의 1천48년(47대)과 부도의 l백64년, 기자조선의 9백28년(41대)동 2천1백40년의 역사를 빼버려 갖가지 부작용을 빚게됐다고 지적했다.
이 성명서는 특히「삼·일신화」「천부경」·「단기고사」·「삼국유사」등 우리 나라 고금의 역사책과「산해경」·「협서」등 중국의 옛 역사책에까지 기록된 단군과 기자조선을 부정, 우리역사의 창시자가 마치 중국의 무 나라 사람 위만(서기전1백94년)인 것처럼 서술함으로써 5천년의 우리역사는 2천년으로 줄어들고 배달겨레는 시조 없는 민족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빚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교부는 지난 63년 학계의 의견을 종합(편수자료 4집)하여 이때부터 초-중-고 교과서엔 단군을 신화로만 취급하고 기자조선을 빼버렸다고 해명했다. 문교부 국사담당편수관은『단군신화는 고조선의 부족사회를 이끌어 나간 세계관 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역사적 의의는 크나 당시의 부족사회를 완전한 형태의 국가로 볼 수 없고 기자조선을 인정할 경우 중국의 식민지였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학설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나 학계·언론계·종교계 등 많은 저명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국사교과서에 관한 평가회」의 일부 발표자와 학계인사들은 국내외의 옛 역사책들을 토대로 단군은 실존인물로 볼 수 있으며 기자는 우리나라사람이라고 지적, 문교당국의 태도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병도 박사는 삼국유사 등을 토대로『단군은 아사달, 즉 조선사회의 임금이자 시초』임을 강조, 문교당국의 국사교과서중 고대사설명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유승국 교수는『단군과 기자조선의 연대가 중국 은나라의 갑골문자를 해석한 결과 우리 나라의「동사 년표」(어윤적원 저)의 기록과 거의 일치한다』고 지적, 삭제된 단군의 역사를 부활해야한다고 말했다.
안호상 박사는『기자는 비록 중국의 은나라에서 건너왔으나 은의 시조인 순임금이 우리 나라에서 건너간,「동이지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안 박사는『동이족은 우리민족으로 중국민족과는 달리 과거 우리의 영토인 남-북 만주와 한반도에 살았다』는「맹자」8권의 기록과 『기자가 조선에서 임금이 된 것은 스스로 고국에 돌아가 임금이 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자유중국의 역사학자 임혜상의「중국민족사상권」등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한편 남북만주가 우리 나라 영토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청나라 태조「누르하치」가 조선의 광해군에게 보낸『주의 무왕은 기자가 임금으로 다스렸던 요동 땅이 조선의 땅이었다고 한다』(55년 발간 일본동양문고「만문노당」청 태조 1권에 기록)는 내용의 국서에서도 자세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사교과서 대표집필자인 김철준 교수는 한국고대사학회의 성명서가 나오자『역사와 문화를 알지 못하는 상식이하의 주장』이라고 지적,『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시대의 신화에 나타난 인식을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도 타당한 역사인식이라 하여 그대로 교육하자고 강요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오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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