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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오스트리아」에서 제l8신|음악의 도시 「비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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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음악의 고장 「비엔나」로 가면서 내 가슴은 기대로 부풀어갔다. 「슈트라우스」의 「월츠」가, 그리고 아름다운 숲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슈트라우스」의 일생을 그린 한 영화를 보고 느꼈던 오래 전의 실망이 되살아나며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 벌써 나의 기대는 허물어져가기 시작한다. 상상하던 「비엔나」 숲도 서울의 남산 혹은 부산의 태종대보다 더 아름다운지 의문이다.
첫눈에 「비엔나」는 노인들만이 우글대는 죽은 도시로 비쳐왔다. 「젊은이가 없는 낙원」 이다 .젊은이들은 활기를 찾아 「파리」로 미국으로 모두 나가버리고 노인들만이 남아 기나긴 겨울이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자살자가 속출한다고 한다.
먹을 걱정이 없는 안락한 나날의 무료함을 털어 버리기 위해 무도회다 음악회다 갖은 행사를 벌여보기도 하지만 이것마저도 지루해져 그들에겐 남은 생을 살아가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노인들을 보며 나는 그런 고통을 이해할 것 같았다. 「유럽」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비엔나」도 도시중앙에 큰「고딕」식 「돔」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솀부른」궁전과 시립공원이었다. 18세기에 40년간 통치했던 「마리아·테레시아」 여왕의 명령으로 「바로크」식 건축의 거장 「에하라하」가 설계한 「솀부른」궁전은 그 옛날 하궁으로 쓰였다고 한다. 요즘에는 넓고 아름다운 궁전 안에 있는 궁전 극장에서 자주 「오페라」가 상연된다.
재미있는 것은 「테레시아」여왕이 왕 이외의 여러 남성을 애인으로 두었으며 11명의 자녀를 낳으면서 가장 국가를 번영케 하는 통치를 했다는 점이다. 그 많은 남성편력을 기념하는 동상이 왕궁 가까이에 있는데 우뚝 선 여왕의 동상을 둘러싼 남성들은 시녀들처럼 작게 만들어져있다.
시립공원에는 「슈베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동상이 서있고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밤낮으로 들려주는 야외 「콘서트」장도 있다. 밤에는 식사를 하다가 손님들이 춤을 즐길 수 있도록 「월츠」 추는 시간이 따로 있다. 나도 오랜만에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월츠」음악과 전속무용단의 춤을 즐겼다. 「모차르트」와「브루크너」가 태어나고 「베토벤」과「슈베르트」가 활약했던 「비엔나」에는 현재 유명한 지휘자 「카를·뵘」이 있다. 마침 내가 온 무렵이 「페스티벌」 기간이라 그도 「비엔나」로 돌아와 지휘하고 있다.
이곳 「브루크너」 교향악단에는 우리 「바이얼리니스트」 박은성씨와 김용윤씨가 정규 「멤버」로 있어 반갑게 만나보기도 했다.
누군가 이 나라를 「독일의 일부」라고 말했지만 독일어를 쓰는 이 나라 사람들은 독일과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엄청나게 뚱뚱한 여성들이 많고 의상은 「파리」보다 훨씬 다채롭지만 세련된 맛은 덜하다.
「제3의 사나이」를 촬영했던 어린이공원 등을 인상깊게 돌아보며 「비엔나」관광을 끝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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