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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명절 단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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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날은 2대 명절이라 하여 정초의 설날과 8월 보름의 추석(한가위)을 나라에서 공휴일로 청하여 이날을 온 국민이 즐겨오거니와 이조 말기까지의 옛날에는 4대 명절이라 하여 한식과 단오를 명절로서 지켜 왔다.
단오란 5월5일로서 이 말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문 자로 된 말이다. 우리말로는「수릿날」이라 하여 신라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속인 것이다.
각 가정에서는 이날아침 일찍 일어나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단오차례를 지내며 젊은 부녀자들은 창포뿌리를 삶은 물에 머리와 얼굴을 씻고 창포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거기다 수복이란 두 글자를 새기고 그 끝에 연지를 발라서 머리에 꽂으며 새 옷을 갈아입으니 이를「단오빔」이라 하며 또 서로 부르고 모여서 하루를 즐기는데 여성은 그네뛰기, 남성은 씨름을 하는 것이다.
이 민속은 오늘날에 와서는 시대의 변천으로 쇠퇴하였으나 그 유풍은 아직도 남아있음을 본다.
단오 날의 민속 중에는 이조 때의 유풍으로서 단오부채라 하여 부채를 주고받는 풍속이 있으며 지방에 따라서는 소쌈놀이(밀양·진주 등지)와 한장군놀이(자인) 탈춤(봉산·해주·강영·강릉 등지)등외 민속놀이가 있거니와 그 중에서도 전국적인 민속으로서 두드러진 것은 여성의 그네뛰기대회와 남성의 씨름 대회라 하겠다.
씨름은 양기가 왕성한 이 날에 수많은 장사들이 힘을 겨루어 보는 것인데 옛날에는 지금과 같이「토너먼트」식으로 선수가 대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씨름판에서 씨름을 계속하여 이긴 자에게 대항해서 싸울 상대자가 없을 때에는 그 씨름판을 끝막았던 것이니 그 씨름판에서 최후의 승리를 한 이를「판막음장사」라 하였다. 판을 막을 때 두 역사가 제각기 있는 힘과 재간을 다하여 승부를 다툴 때는 친지들의 응원도 볼만하지만 이때 관중의 긴장은 대단한 것이다.
이 판막음 때는 대개 저녁때니 해는 저물어서 서산에 넘고 이긴 이는 만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춤을 덩실덩실 추는 것이다. 또 따라온 친지들은 그를 상탄 소에다 태우고 꽹과리와 장구·징을 쳐 울리면서 연기 나는 자기마을로 의기양양하게 돌아가는 광경은 참으로 장쾌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네뛰기는 여성들의 민첩함을 내기하는 것으로 이조시대에 있어서 엄한 시부모도 이날만은 며느리를 시집살이에서 해방시켜 그네를 뛰게 했다.
또 그네를 잘 뛰어 상품으로 옷감을 받아 시어머니에게 주자 그 날로부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그네뛰기는 고려시대와 이조시대에는 성행되었던 것인데, 오늘날에 와서는 이 또한 쇠퇴하여 옛날같이 성행하지는 않으나 이는 체육 적으로도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오락으로서도 좋은 민속인 것이다. 특히 녹음이 짙은 사이에서 빛깔이 찬란한 옷을 입은 젊은 여자들이 그네를 뛸 때 바람을 머금고 부풀어 오른 치마폭과 나부끼는 저고리 고름, 펄렁거리는 댕기 등이 왔다갔다하는 양은 제비가 나는 것 같고 또 선녀들의 늘음같이 보이기도 하여 이날의 여성이 더한층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또 단오 날에는 쑥과 익모초를 캐어 말려서 약으로 쓴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단오 날 오시에 캐어서 그늘에 말린 것이 아니면 약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농가에서는 이날 이른 아침에 쑥을 베어다가 묶어 문 위에 다는데 이렇게 하면 재액이 물러간다는 속설도 있다.<민속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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