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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의 사상과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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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균관대 대동 문화 연구소는 매월당의 사상과 문학을 주제로 한 제3회 학술 심포지엄을 15일 하오 2시 동 대학 호암관에서 열었다. 이날 발표된 주제는 매월당의 유학 및 도가 사상(유승국, 성균관대), 매월당의 불교 사상(민영규, 연세대), 매월당의 문학의 성격(임영택, 계명대)등이었다. 매월당 김시습은 역사상 단종 때의 생육신의 한사람이며 또는 금오신화의 저자 정도로만 보통 알려져 있지만 이번 심포지엄은 특히 그이 사상이 강조되었고 재평가되었다.

<성균관대 대동 문화 연구원 심포지엄>
민영규 교수는 매월당이 단순히 시대 조류에 맞지 않아 60평생 방랑 생활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불교학의 진수를 뚫고 들어가 몇 백년 동안 흘러오던 조동오위설을 깨쳤던 분이라고 강조하고 지금까지의 인식을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라는 것이 반드시 땅속에만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조동오위요해』와 같이 김시습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헌이 5백년 동안이나 땅위에 굴러 다녀도 그것을 찾아내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시습은 우리 나라 유교와 불교 사상의 체계를 융합시킨 철학자였으며 고대 소설의 개척자이기도 했다. 강릉 사람인 그는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일컬어 세종이 이를 알고 후일 중용할 것을 약속까지 했었다.
그가 20세 때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 쫓고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3일간 통곡한 다음 책을 모조리 불사르고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방랑의 길을 떠났다. 팔도 강산을 유람하면서 많은 시와 기행문을 남겼고 무리들을 피해 금오산에 들어가 우리 나라 최초의 한문 소실 『금오신화』를 지었다.
매월당이 단순한 유학자인가, 또는 불가나 도학파인가 하는 사상적 유파를 단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퇴계는 매월당을 평하여 『일종이인』이라고 했고, 율곡은 『횡설수설이 유가의 종지를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했으며 또 『심유적불』이라 하여 외형은 불가지만 내심은 유자라고 평했었다.
매월당은 세상을 등지긴 했지만 그것은 현실을 도피하거나 초월하였다기 보다는 현실에 대한 울분과 저항의 표현이라고 보여지며 단순한 자연 철학자나 출가승과는 다르며 또 종래의 유학자와도 그 품격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유승국 교수는 매월당의 사상은 그 폭이 넓고 깊어 유 불 도 3가에 있어서 사상적으로 모순되지 않고 원만하게 그 정상에서 만나게 했다고 평가했다. 『금오신화』에서도 도가나 불가에서 말하는 왕생이나 환생을 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유가의 사상으로 융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상적 특징은 내면적 성실성과 실재성이 주체를 이루고 있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조동오위설을 중심으로 매월당의 불교 사상을 발표한 민영규 교수는 매월당이 주자의 태극 도설을 원용, 유교와 불교를 융합시킨 『조동오위요해』를 냈으며 이것은 지금까지 최초로 알려진 명말 청초 영각원현의 『삼오동철』보다 2백년이 앞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매월당은 불교 사상을 깊이 파고 들어가 그 이치를 깨쳤고 불교 종파의 하나가 된 조동오위설은 고려의 지겸과 일연에 이어 이조의 김시습에 와서 체계화했다는 것이다.
이조 시대에 사대부로서 정치 현실을 멀리하고 향리에서 은둔 생활을 누린 산림 처사들이 많았지만 매월당의 방랑 생활은 그런 은둔과 구별되는 것이었다.
그는 발붙일 곳을 잃고 몸부림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갈등, 현실의 모순과 불합리 등에 대한 분개를 글로 표현했으며 시로써 마음을 풀었던 것이다.
이러한 매월당의 문학 세계를 임형택 교수는 방외인적 문학이라고 규정지었다. 이조 초의 문학은 사대부들의 「관료적 문학」이 주류를 이루었고 여기에 반대되는 처사적 문학이 있지만 방외인적 문학은 처사적 문학과도 구별된다는 것이다. 처사적 문학이 세계와의 조화와 이상주의를 추구하는데 비해 방외인 문학은 세계의 모순을 지적하고 현실주의를 지향하는 점에서 서로 다르며 이러한 방외인 문학은 17세기 임제와 허균이 나와서 발전적으로 계승된다는 것이다.
매월당은 인간에 있어서 심성이나 도덕보다 현실 생활 자체를 문제시했고 이러한 사상이 『금오신화』의 소설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며 또 여기의 여러 얘기에서는 합리적 생활과 민본 사상에 기본한 현실 개조도 주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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