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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제자리 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교원의 제자리 찾기』를 외치면서 전국교육회장 대회가 14일 서울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교직에 보람과 긍지를 갖자, 교육내부의 부조리를 일소하자, 교직의 자유와 자율을 보장받자는 등 행동강령으로 보아 『교원의 제자리 찾기』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이를 계기로 새삼 교육과 사도, 사제간의 윤리 등,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를 반성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승의 그림자를 밟는 것조차 송구스럽게 여길 만큼, 그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절대적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국민학교에 다니는 꼬마들의 의식 속에서 마저 스승은 대수롭지 않은 한낱 월급장이요, 돈만 아는 얌체로 영상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 자신도 사명감이나 긍지는 교사하고 제자들 앞에서조차 자기비하를 일삼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태인 것이다.
이 같은 세태는 3천만 인구가운데 학교 가는 인구가 거의 1천만에 육박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 참으로 기괴한 현상이라 할 수밖에 없다. 교육비의 부담 때문에 가계의 파탄은 물론, 심지어 교육망국론까지 떠들썩한 한편에서 무엇 때문에, 또 누구에게서 배움을 받겠다고 그같은 무리를 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나옴직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육과 사도의 문제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이 이를 마치 우원한 문제처럼 외면하는 첫째 번 허물은 물론 오늘의 세계의 전반적 풍조에 있다. 도도한 물정주의, 현세주의, 찰나주의의 물결이 굽이치고 있는 현실사회에서 본질적으로 그것들과는 정 반대되는 정신주의, 미래주의, 이상주의 등을 가치서열의 으뜸으로 삼는 교육과 그 실천자인 교사의 역할에 충돌과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 것이다.
둘째, 그러나 우리 나라에 있어서의 교육과 교사의 역할기대에 대한 사회적 상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심각했던 것은 해방 후 유독 이 나라 사회가 경험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온갖 불행한 흥건들의 연속 속에서 새 시대를 이끌어갈 민주교육의 뚜렷한 이념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새 교직관, 새 교사상을 뿌리박지 못한데 있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학교나 교육이 축적된 전통문화를 일방적으로 전수하고 틀에 박힌 평균인적 행동양태를 윤리의 기준으로 삼도록 가르칠 수 없게 된 시대적 상황하에서 구태의연한 권위주의적인 교육관이나, 군사부일체론과 같은 교사관이 힘을 발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교육은 원칙적으로 현재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요, 현상 뒤에 숨은 본질적 가치 자체의 존귀함을 가르치는데 그 본령이 있다. 또 그것은 인류가 과거 누천년의 경험을 통해 축적한 문화의 정수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교량적 역할을 한다는 데에도 변함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오늘날에 있어서의 교사는 교육의 이러한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자신을 초월자적 위치에서가 아니라 피교육자인 학생과 더불어 함께 배우며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행동함으로써 직접 현장에서 배우고 현실을 개조해 나가는 이른바 현실 지향적인 학습을 하게 한다는 특성을 가졌다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오늘날 사도와 사제간의 윤리문제를 생각함에 있어 기본이 되어야할 것은 그것을 종래와 같은 종속적 상하관계가 아닌 지적·도덕적인「파트너」관계의 차원에서 파악해야하는 것이다.
이점 1966년10월5일「유네스코」및 ILO가 채택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 담긴 정신을 우리는 새삼 상기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로 하여금『부단한 도덕적·문화적 진보와 경제적·사회적 발전에 본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모든 능력과 지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그것을 보장하는 지위와 보수, 권리와 책임을 함께 부여할 것』을 역설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교직관에 입각한 새로운 사도와 사제간의 윤리를 정립하는 문제가 몇몇 교사나 학생들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교원과 학생의 생활과 사고방식 및 태도에 영향을 주는 학부모, 지역사회, 교육행정당사자, 그리고 위정자 일반의 깊은 동찰과 협력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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