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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여신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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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단자회사에서 담보도 안 잡고 신용만으로 대출한 돈이 하나도 사고가 안 나는 것을 보면 금융여신에서 경영 자율성과 신용조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은행에서 그 까다로운 대출심사와 수속을 하고 그 위에 담보까지 잡고도 주체할 수없이 대손이 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단자회사는 돈이 안 떼일 데만 골라 빌려준다. 무엇보다도 상환력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그 반면 대출수속은 무척 간단하다. 전화로 대출신청을 하면 돈을 준비해두었다가 즉각 내주는 경우도 있다. 단자회사가 이렇게 순수한 상업 「베이스」에 의해 여신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경영의 자율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대출청탁도 압력도 횡행하지 않는다.
이익이 나는 곳에만 돈을 빌려준다는 원칙에 가장 충실치 않을 수 없다. 어음 한 장만 부도가 나면 1년 장사를 헛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자회사의 여신은 기업어음을 할인해 줌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느 기업의 어음을 사줄 것인가 하는 것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 이른바 적격기업의 선정이 단자회사 여신의 요체가 된다. 치밀한 신용조사에 의해 기업의 재무상태를 조사, 이 기업이면 어느 정도까지 대출해도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것을 판정해야한다.
단자회사는 모두 각기 적격회사를 갖고 있으며 각 적격 회사완 얼마까지 대출해줄 수 있다는 약정을 한다. 최근 현재 8개 단자회사의 적격 기업체 수는 모두 1천 33개. 이중 4백 19개 업체가 2개 이상의 단자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중복 분이므로 실제 6백 14개 업체가 단자회사와 거래자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우리 나라의 KS기업들이라 볼 수 있다.
단자회사의 대출재원은 크게 보아 수신고에 자기자본을 보탠 것이다. 얼마를 수신하느냐가 대출한도의 바탕이 된다.
그런데 수신한도는 단기금융업법에서 자기자본의 15배를 넘지 못하게 되어있다. 재무부는 15배를 10배로 줄여 운용을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단자회사의 대출한도는 자본금 규모에 좌우되는 것이다. 단자회사의 증자에 대해서 재무부가 선뜻 허락을 않는 것도 대출한도의 격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8개 단자회사의 자기자본은 1백 6억원. 따라서 수신한도는 1천 60억 원인데 실제 수신고도 1천 20억원으로서 한도에 빠듯하게 차오르고 있다. 8개 단자회사의 총 여신액은 1천 1백 3억 원. 수신고 보다 많은 80억 원은 자기자본으로 충당된 분이다.
단기금융업법은 단자회사의 자금이 묶이는 것을 막기 위해 비업무용 부동산취득, 자기자본 35%이상의 유가증권 보유, 자기자본 25%이상의 동일인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어떻든 자금을 빠르게 회전시켜 단기자금 융통에 주력하라는 취지다. 1천 1백 3억원의 단자회사 여신은 적게는 1천만 원으로부터 크게는 2억∼3억원까지 나가 기업의 자금해갈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은행대출이 막히니 단자회사대출이 더욱 효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자회사가 1천 1백 3억 원의 자금을 냈다고 해서 기업자금 갈증이 모두 해소될 리는 없다.
단자회사 대출도 경합이 붙는 것이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편법이 나오게 마련이다. 어느 기업에 대출하는 것을 전제로 돈을 맡기는 것이다. 물론 돈을 맡기는 사람과 대출기업과는 어떤 약속이 되어있다. 정상금리 외의 「프리미엄」을 이면 결제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만약 이런 방법을 사채업자들이 이용한다면 그야말로 단자회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사채놀이를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단자회사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1천만 원의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2천만 원을 빌리게 하고 그중 1천만 원을 다시 수신 받는 사례도 과거엔 있었다 한다.
단자회사의 대출재원이 달리기 때문에 자연 큰 기업중심으로 돈이 나가고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3자 금융(중소기업이 소지한 적격기업 어음을 할인해 주는 것)이 계속 부진한 것이다. 최근 현재 제3자 금융은 60억 원으로 총 대출의 5%를 조금 넘을 정도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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