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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의 재분배 기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5년도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심의중인 세제개혁안이 거의 매듭지어질 단계라 한다.
고소득층·재산소득층에 중과하는 대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것이 세제개혁의 항상적인 구호이며, 이번 세제개혁 작업의 으뜸가는 명분도 물론 똑같은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기본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종합소득세제의 전면실시와 소득계층의 세분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또 양도소득세의 신설과 증여세·상속세의 개정으로 재산소득 및 재산이전에 중과한다는 것이다. 한편 새 세법은 근로소득세의 기초공제를 5만원으로 하고, 근로·주택·저축공제제도를 도입해서 기본생활을 보장케 하고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본방향은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시킨다는 뜻에서 매우 전진적인 것이라 하겠으나 지난날의 세제개혁작업이 결과적으로 세제개혁의 명분을 충족시켜준 일이 있었느냐 묻고 싶다.
좋은 명분이 결과적으로는 엉뚱하게 소득계층의 양극화를 촉진시킨 예가 적지 않았음을 상기한다면 이번 세제개혁에서 만은 결과가 개혁취지를 실증할 수 있도록 특히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첫째, 고소득층을 오늘의 사회경제적인 조건에서 어느 선으로 보느냐에 대한 기본개념부터 분명히 가려내고서 그에 따라서 세율구조를 책정해야 한다.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면 결과적으로 역 분배효과를 촉진시킬 뿐인 것이다.
지난날, 월수입 8만원 초과 근로소득에 55%의 세율을 책정함으로써 근로자에 엄청난 부담을 지웠던 일이 있었는데, 이는 고소득층에 대한 개념의 비현실성에 기인되어 야기된 모순이었다.
둘째, 재산소득은 이자·임료·배당금 그리고 자본이득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중 공공금리·지주비율 3%미만 주식인 공개법인의 배당금·자본이득으로서의 재평가 이익금은 내자동원·자본시장육성·기업재무구조의 견실화라는 명분 때문에 저율과세, 또는 면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소득세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그러므로 재산소득의 주종을 이루는 것 중 큰 것은 모두 실질적으로 과세되지 않고 오히려 중산층의 재산소득에만 중과하는 결과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시정하려면 금리소득·배당금·자본이득에 대해서도 면세점을 두고 면세점이상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으로 일단 합산하는 제도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혁이 없는 한. 고소득층·중과원칙이 실현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니다.
셋째, 자본이득세로서의 양도소득이 실현이득이냐, 명목이득이냐 하는 문제를 깊이 연구하지 않는다면 세법이 모든 재산소유자의 실질자산을 재정부문으로 이관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게될 것이므로 물가 조항은 반드시 고려해야할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가령 예를 들어 모든 주택 값이 평균 연간 20% 상승한다면, 연간 20%의 주택가격상승에 양도소득을 과세하는 경우, 주택소유자는 매매를 할 때마다 연율 20%의 실물자산축소를 강요받게 된다.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에 따른 기업자산의 단순한 증가를 반영하는 재평가자산이나 주가상승에 양도소득을 과세한다면 이 또한 실질자산의 축소를 세법이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모든 양도소득은 그것이 명목소득이 아니고, 실질소득일 때 차별 없이 일률적으로 과세해야한다는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요컨대 금리소득·배당소득, 그리고 자본이득에 대해서 면세제도는 폐지되어야하는 대신 실질가치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 원칙이 관철될 때 비로소 조세의 형편과 재분배기능이 모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종합소득세의 세율구조를 다단계화 하는 것은 옳으나 그것이 소득단계의 차를 축소시킨다면 도리어 역 분배기능을 발휘할 우려도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소득계단 차가 좁으면 물가 상승에 따라서 임금을 조정할 때마다 실질세율이 높아지는 모순을 완화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소득계단의 다단계 화와 동시에 중소득층 이하의 소득계단은 넓혀주어야만 물가 상승에 따른 모순을 완화시켜 줄 수 있음을 특히 배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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