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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경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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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수년간 국내경기의 향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쳐온 해외경기의 유동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의 각종 국내경기지표는 연초 이래의 진정화 추세가 진전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물가면에서 상당한 안정이 이룩되었다. 새해 들어 4월까지 주요공산품의 가격현실화 작업이 마무리되어 물가구조의 재편성에 따른 파급효과가 일단 진정되었고 해외원자재가격도 73년에 비해 현저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물가안정에 기여했다.
5월중 전국도매물가는 0·6%,서울 소비자 물가는0·4%의 미등에 그쳐 가격 현실화의 1차 파급이 일단 완료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산업생산은 전월에 이어 계속 신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수요 부족 때문에 출하로 연결되지 못한 채 재고를 늘리고 있다. 생산지수는 광업·전기업에서 전월보다 하락했고 제조업에서만 증가했는데 이는 해외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요시장인 대미수출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원자재 비축에 따른 자금압박 때문에 일부 품목에서 재고를 늘려가며 생산활동을 지속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고증가는 제조업에서 현저하여 전월비 8·3%가 늘어났는데 이는 전년 동월의 2·5%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수요감퇴를 반증하고 있다.
재고가 현저히 늘고 있는 품목은 수출이 부진한 합판·섬유·철강 제품 등으로 상당한 자금압박을 겪고 있으나 해외수요가 회복되지 않는한 당분간 재고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기선행지표로 기능 해온 건축허가 면적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증가율은 전월의 64·7%에서 19·7%로 크게 둔화되었다. 이는 민간의 주거용 둔화에 크게 기인되었는데 3월중 87·3%증가에서 4월에는 오히려 4%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전반적인 경기하강국면에도 불구하고 공업용 건축은 전월비 1백72·8%나 늘어났는데 이는 해외경기의 회복전망에 따른 기업가 「마인드」의 낙관화 경향이 증대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항상 결정적인 경기지표로 간주되고 있는 수출은 섬유·합판 등 대종 품목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5월중에도 4억3천2백20만불이 늘어나 비전년동기 82%의 높은 신장률을 지속했다. 이는 일본·구주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 현저한 미국시장의 건재에 크게 힘입고 있는데다 재고처분을 위한 일부품목의 투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용장 내도액은 연초 이래의 불안정세를 지속하고있어 하반기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들어 1, 2월까지 줄었던 신용장이 3, 4월에 약간씩 늘어나고 있으나 그 신장세는 예년에 해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의 수출이 이례적인 호조였던 점에 비추어 지나친 속단을 내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재정 금융면에서는 대폭적인 재정수지 흑자와 통화환수가 나타나고 있어 당국의 경기낙관을 예증하고 있다.
문제는 증가되는 국내여신이 정책금융과 재고금융으로만 흡수될 경우 내수에 주축을 두고있는 중소기업의 자금압박이 불가피해질 우려와 지나친 경기낙관에 따른 반「인플레」정책이 경기정책과 조화를 잃을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하반기 국내경기의 관건이 될 해외경기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한 가운데 약간씩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일·쇼크」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저미하고 있는 일본시장은 당분간 침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나 미국은 민간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이 점차 강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각종 경기선행지표가 올들어 1·4분기 중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하반기부터 회복될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이탈로 평가절하 경쟁을 나타내었던 구주각국은 아직도 각종 통상·외환장벽을 강화하고 있으나 「인플레」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병휴<서울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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