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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파동이 몰고 온 후진국의 등급 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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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에너지」파동과 자원위기는 후진국과 선진국과의 관계와 세력 균형에 일대변화를 가져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석유 상이 외국여행에서 받은 붉은 「카피트」의 영접은 「키신저」미 국무장관이나 「그로미코」소련외상이 받는 대접에 못지 않게끔 되었다. 이제 「워싱턴」「모스크바」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알제이」 「이란」 「쿠웨이트」같은 나라의 수도가 새로운 힘의 중심지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원파동이 몰고 올 변화는 비단 선진국과 후진국의 관계뿐만이 아니고 최근 「유엔」개원 총회에서도 선명하게 노출되었지만 후진국의 『등급이 분화되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선진공업 국가 군과 후진저개발국가군의 이해의 상층을 기준으로 해서만 남북문제라는 것이 논의되었지만, 작년의 「에너지」위기이후에는 제3세계 안에 다시 남북문제가 대두된 것.
전문가들은 후진국을 5개「그룹」으로 분류한다. ▲제1「그룹」은 후진지역의 「상류사회」라고 할만하다. 그들은 석유파동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나라들로서 석유수출국가기구(OPEC)의 회원국들이 여기에 속한다. OPEC의 11개 회원국의 예산은 1972년1백50억「달러」이던 것이 1973년 한햇동안에 석유값이 3백50%인상된 결과 74년의 전체예산은 무려 8백50억「달러」(추산)라는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게 되었다.

<2그룹, 석유 자급 자족>
산유국들은 8백50억「달러」의 예산 중에서 각종 수입품값으로 기껏 많아야 2백억「달러」를 지출하고 나머지 6백50억「달러」를 「유러달러」시장이나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산유국이 아닌 90개 개발도상국들의 석유 구입비가 73년의 50억「달러」에서 74년에는 1백80%가 증가한 1백50억「달러」로 늘어났다는 사실과 OPEC 11개국의 팔자를 비교하면 같은 후진국으로서의 동료의식이나 유대감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유엔」대원총회에서 후진국가의 주력을 이루는 「그룹」77』에서 내놓은 공동 선언 안에 대해 같은 후진국 안에서 13개의서로 다른 수정안이 나오고 각자의 입장을 고집하는 중구난방의 견해 때문에 총회의 폐막이 늦어진 것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후진국의 제2「그룹」은 석유는 자급자족하거나 약간의 잉여분을 수출하는 나라 등과 석유이외의 자원가격 상승으로 상당한 이득을 보고있는 나라들이다. 「튀니지」 중공 「콜롬비아」「멕시코」「볼리비아」「페루」같은 나라가 전자에 속하고 「말레이지아」 「모로코」「잼비아」 「자이르」 「브라질」「튀니지」(중복) 같은 나라가 후자에 속한다.
특히 이 「그룹」중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중공은 74년에는 약2억「달러」정도가 되는 3백만t의 석유를 수출할 것으로 추산되고 75,76년까지는 5백만t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진국의 제3「그룹」은 선진산업국가들과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산유 국가들의 경기 후퇴로 심각한 타격을 입는 나라들이다.

<4그룹은 수출에 피치>
「그리스」「터키」 「스페인」「유고슬라비아」가 여기에 속하고 「멕시코」「튀니지」「알제리」등은 2중으로 이 「그룹」에도 해당된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의 73년도 관광 수입은 10억「달러」, 「유고」 「터키」의 인력수출은 73년에 각각 10억「달러」, 「유고」의 73년 관광수입 역시 1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만약 지금 예상대로 74년에 전 세계적인 경기후퇴 같은 것이라도 온다면 이제3「그룹」의 국가들이 받는 손실은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후진국가의 제4「그룹」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같은 나라들이다. 이 「그룹」은 상품가공을 통해서 세계경제권에 속해 있다. 그들의 석유수입 부담은 엄청나고 상당량의 식량을 수입해야 한다.
해외개발위원회(ODC)는 한국의 1974년 석유수입부담을 5억「달러」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 「그룹」은 석유와 다른 자원부족으로 큰 곤란을 받는다.
그러나 이 「그룹」의 특징은 원료가격의 인상 분을 그들의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들에 전가함으로써 위기를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ODC는 이 그룹」의 구성국가들은 최근 수년 동안에 외대보유고를 눌렸고 「월」가와 「유러달러」시장 같은 데서도 수출금융을 조달할 기반을 닦아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국의 제5「그룹」은 인도 「파키스탄」「방글라데쉬」「우루과이」「필리핀」「칠레」를 포함한 40여개국으로 총인구는 9억 정도나 된다.
이 인구는 중공을 제외한 후진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 「그룹」이야말로 유류가 인상과 원료 난으로 가장 극심한 타격을 받고 상당수의 국민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5그룹 외국차관 힘들어>
최근의 원료가 인상으로 이 「그룹」은 30억「달러」의 추가지출을 하게됐고 그들은 이미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외채 때문에 단기나 중기의 외국차관을 얻을 처지도 안 된다.
세계은행의 전문가들은 지금의 유류 가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인도가 짊어질 추가석유부담은 매년 10억「달러」나 된다고 추산한다.
제5「그룹」의 국민의 40%가 반기아 상태에 있고 비료 가의 인상으로 인한 추가부담도 10억「달러」가 된다.
미국무성은 인도가 양수기를 움직일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여 금년 초의 밀수 확대 1백만t의 손실을 보았다고 계산했고 ODC는 인도가 74년 1년 동안 50만t의 비료 부족으로 5백만t의 매물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와같은 후진국의 「세포분열」현상은 선진국을 상대로 하는 후진국들의 협상 입장을 약화시키고, 특히 「유엔」이 무대 같은데서 제3세계의 행동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들 징조를 보인다.
「페르샤」만의 산유국들은 『제3세계의 형제국』의 경제적인 참상보다는 자국이익이 아직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공업국이 재창하는 원조계획조차 외면하려는 경향이다.

<인도, 핵실험으로 대처>
선진국들도 산유국 및 자원보유국을 상대로 하는 상호협정의 실현에 신경을 더 쓴다.
「워싱턴」「에네르기」회담에서 「키신저」는 「프랑스」의 「아랍」산유국과의 독자적인 흥정을 규탄했지만 미국 역시 「유럽」의 전철을 밟고있다.
아직은 후진국중의 후진국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지원계획은 탁상공론으로만 그친 채 자원생산국과 수출국간의 상호협정과 자원 생산국끼리의 「카르텔」형성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70년대 후반에 가서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생활의 격차뿐 아니라 후진국내부의 남북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사실이 유류 파동이 남긴 교훈이다.
특히 최근 인도가 실시한 핵실험은 선진국과 부속한 후진국을 상대로 하는 가난한 후진국의 협상 입장과 발언권 강화라는 의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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