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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제 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방 후 우리 나라의 학기 제는 크게 나눠 미국식의 9월 개학 2학기 제, 4월 개학의 2학기 제, 3월 개학의 2학기 제 등 5, 6차에 걸친 개폐를 거듭하였으며 현행 3월 개학 2학기 제만이 62년부터 시행되어 13년째 실시되어 왔다.
최근 갑자기 학기변경문제가 튀어나온 원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것 역시 조령모개 식 행정의 표본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중학입학무시험제를 제외하고는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입학예비고사 제, 대학입학정원제, 선발고사에 의한 고교무시험제(일명 고입학군제)등 중요한 교육제도가 장관이 바뀜에 따라 일조에 뒤바뀐 제도였음은 새삼 들춰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문교당국이 지난 16일 학기변경을 내년부터 단행할 듯이 얘기하다가 하루만인 17일에는 아직은 검토단계에 불과하며 내년도부터 실시할지도 결정된바 없다는 발표는 출발부터가 개운 찮은 느낌을 주고 있다.
4월 신학기제가 알려지자 각계에서는 찬·반의 엇갈린 반응을 나타낸바 이를 종합하면 찬성의견은 기후조건 단 한가지뿐이었다. 1,2월에 실시되는 입시를 2,3월로 1개월씩 늦추는 것은 겨울철 입시의 고통을 학생들이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입시에 적합치 않은 기후조건은 수업이나 입시준비교육에도 적합치 않으며 실력연마에 최적기인 3,4월을 입시·입학·개학 등 들뜬 분위기에서 흘려보낸다는 것은 비 능률 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4월에 개학하게 되면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1학기는 7월까지 4개월, 2학기는 6개월 등 불균형상태가 되어 학기변경이나 다 학기 제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새로운 벽에 부닥치게 될 것은 명백한 일이라는 것이다.
1950년 이후 시행되던 4월 신학기제를 62년부터 3월 신학기제로 바꿀 때 문교당국은 1, 2. 3월 석달 동안 추위 때문에 수업이 제대로 안 되는 폐단을 막고 학비마련이 어려운 춘궁기에 개학하는 불편을 피하자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상황이 13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 조금도 달라진 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추위 속에서의 입시」라는 단 한가지 단점만으로 결정적인 모순이 없는 제도를 바꾸어야하는지, 그 발상에 자못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보 후퇴해서 설사 어느 특별한 이유에 의하여 학기변경이 불가피하게 된다 하더라도 계절에 맞게 교과서내용을 바꾸어야 하고 이미 각급 학교 입시 일을 발표한 뒤인지라 수업진도·입시준비 등「스케줄」을 변경해야 한다는 등의 여건을 고려할 때 졸속 시행은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이다.
누차 주장해 왔듯이 문교정책은 국가백년대계로 국가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충분한 검토 및 준비가 따르지 않는 성급한 판단과 졸속에 치우친 시행에 의하여 불필요한 혼란을 자초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국력의 낭비임을 새삼 인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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