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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주둔 미군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은 서부태평양지역의 안보개념을 재검토하고 금년 11월 이전까지 동 지역 주둔 일부 미군의 감축을 계획하는 등 대 아주 국방·외교정책을 포괄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15일 그 내용이 공개된「슐레징거」미 국방장관의 대하원외교위 비밀증언에서 밝혀졌다.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감축규모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 관한 한, 그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진 감이 없지 않다. 이에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증언내용은 한국 등 아-태 지역 미군주둔의 필요성과 명분을 뒷받침해 온 이론이 국제정세의 변동으로 설득력을 잃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슐레징거」장관은 비밀증언 3일 후인 3월3일 74년도 연례국방보고서에서 아주 지역의 분쟁 가능성과 미군감축이 끼칠 불안정의 영향을 감안, 미군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특히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한국의 자주방위력이 완전히 갖추어질 때까지 감축이 없을 것으로 시사했었다. 그의 비밀증언은 또 그가 3월 현재의 주아 미군 18만5천명 선이「닉슨·독트린」과 아-태 안보 상의 필요성 사이의 최적균형점이라고 주장한 사실과 견주어 볼 때 수긍하기 어려운 바가 있다.
한편「키신저」국무장관은 주아 미군이 실질적으로 감축될 수 있는 시기를 5년에서 10년 후로 내다보고, 특히 주한미군의 감축은『남-북한의 대화가 진전을 이룩한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상기할 때 국방·외교를 담당하는 두 주요각료사이의 안보관에 이견이 가로놓여 있는 것 같다. 「슐레징거」장관 자신도 미군주문은『우리 맹 방들이 협상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데 있다』고 침략재발의 억제력으로서뿐 아니라 협상지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었다. 국방·국무 두 장관사이의 의견 조정에서 정돈상태에 빠진 남북한대화와 북괴의 도발 상이 충분히 고려되도록 촉구해 마지않는다.
특히 우리들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점은「슐레징거」장관의 증언대로 과연 미군해외주둔을 정당화한 안보이론이 효능을 잃을 만큼 국제정세가 호전했을까 하는 것이다. 미군의 해외배치를 뒷받침한 안보개념이 실효를 잃었다고「슐레징거」장관이 주장하는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소, 미-중공간의「데탕트」가 그 기저를 이뤘다고 하면 과녁에서 아주 벗어나지 않을 줄로 생각한다.
그러나「데탕트」는 3강이 냉전시대를 청산하고 평화적 경쟁 속에 전쟁을 피하자는 외교적 분위기에서 아직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공의 대미태도가 눈에 띠게 냉랭해지고 월남과「크메르」에선「열전」이 그치지 않고, 북괴는 군사·정치적 도발을 격화시키는가 하면 태국과 대만에서 미 공군력이 계속 철수하고 있는데 더하여 영국마저 극동주둔병력을 거의 전부 철수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군의 감축-시기적으로 앞당긴 실질감축-은 힘의 균형을 깨고 결국 군사적 우세 자는 국지적 침략전쟁의 유혹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11월의 상·하원 및 지사선거, 의회와 여론 일각의 해외『과잉』배치의 축소압력, 명목상으로만 증액된 국방예산의 압박 등 미국의 국내사정을 도외시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외 미군의 장차 역할을 전면 재검토함에 있어 크게는 아-태 지역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개별국가에 대해서는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신중한 배려가 있기 바란다. 정부는 연례국방장관회의 연기 이유로 밝혀진 미국의『국내사정』이 11월 전의 미군감축 안 작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가정 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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