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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전기차 양산, 현대차 미래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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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왼쪽부터 테슬라모터스의 모델 S [사진 테슬라], 기아차의 전기차 레이 [사진 기아차], BMW의 순수 전기차 i3 [사진 BMW]

현대자동차가 2018년까지 양산용 순수 전기차 모델을 개발해 출시한다. 기아자동차의 ‘레이’처럼 기존 모델에 차세대 구동장치를 단 파생형 전기차가 아니라 순수 전기차용 신모델을 내놓는 것이다. 현대차가 순수 전기차 개발에 다시 나선 건 2010년 개발된 비양산형 전기차 ‘블루온’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8일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전기차 단독 모델을 2018년 출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산형 전기차 단독 모델 개발을 위해 테슬라의 ‘모델S’ 두 대를 지난해 말에 남양연구소로 들여왔다”며 “한 대는 성능 테스트용, 한 대는 연구개발을 위해 전체를 뜯어봤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출시할 순수 전기차 모델은 엔진 설계는 물론 변속 시스템 등 전반적인 구조를 기존 승용차와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차종은 BMW의 첫 전기차 i3처럼 경제성을 강조한 소형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주대 변영호(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나 파생형 전기차는 기존에 설계된 차량 구조에 구동장치를 얹는 방식이라 개발비용 절감을 위한 과도기적 형태에 불과하다”며 “순수 전기차 모델은 핵심인 배터리의 위치를 중심으로 차량 구조를 완전히 새로 짜기 때문에 주행 성능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개발은 안팎의 위협에 따른 생존 전략이자 미래 전략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20년까지 266만 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경쟁은 이미 뜨겁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 모터스는 고급 전기차 모델인 모델S를 출시했다. 가격은 6만3000달러(약 6750만원)인데 3분기까지 약 1만5000대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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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까지 3만 달러대 보급형 전기차 모델E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독일 BMW는 올 5월께 첫 전기차인 ‘i3’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한다. 최저 가격은 유럽시장 기준 3만5000유로(약 5000만원)로 기존 수입 중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다. 나라마다 친환경차 구입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실구입가가 3000만원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가 더 이상 미래 차가 아니라 언제든 비교 선택이 가능한 차가 됐다는 신호다.

 그러나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보급 초기 단계인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수를 빼앗겼다. 지난해 8월 제주도 전기차 보급 사업에서 겪은 패배는 작지만 아팠다. 제주도가 신청 비율대로 도민에게 배정한 160대 중 르노삼성의 SM3 Z.E가 107대로 압도적이었다. 기아차 레이는 39대에 불과했다. 르노삼성 측은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지금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더 강력한 경쟁자는 전자업체다. 최근 차량용 전장부품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LG전자 등은 기존 자동차 업체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양산형 순수 전기차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차량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구조 설계를 완전히 바꾸는 형식이어서,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보유한 경쟁력이 한순간에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전자박람회(CES)에선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7개 업체가 부스를 차리고 자체 개발한 전장부품과 태블릿PC 등을 공개해 ‘전자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2020년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3011억 달러(약 324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프라 확충도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50㎞ 남짓이다. 이 성능으로 주행하기 위해 필요한 급속충전기 수는 차 20대당 1대꼴이지만, 제주도를 제외하면 아직 이런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 국내에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 시장 초기에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3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배터리나 변속기 등을 어떤 업체가 먼저 탑재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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