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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철학의 현대적 의의|탄생 2백50주년에 붙여 김종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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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로써「아리스토텔레스」이후 최대의 철학자라고 일컬어지는「이마누엘·칸트」의 탄생 2백50주년을 맞게 되었다. 철학사상 숱한 철학자들이 부심 하면서 허다한 철학사상이나 이론들을 내어놓았지만 인류정신의 대맥이 될만한 학설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사람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현대와 같은「무 철학의 시대」(현대라는 상황을 가늠할만한 철학이 없는 시대)에 있어서 「현대철학의 분수령」이라고 할만한「칸트」철학을 철학연구의 한 중심과제로 삼아 재음미해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칸트의 생애>
「이마누엘·칸트」는 1724년 4월22일 동「프로이센」의 수도인「쾨니히스베르크」(지금은 「체코슬로바키아」영)의 한 혁구공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처음부터 철학을 전공하려 하였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학생시대는「라틴」문학에 탁월하여 고전학자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천문학·물리학에 흥미를 가져 잡지 등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인식문제에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철학자로 되게 한 것 같다.
1755년 9월에 교수취직논문에 의해서 모교인「쾨니히스베르크」대학의 사 강사 자리를 얻게 되었다.
강의할 때 칸트는 언제나『여러분은 나에게서 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 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즉 다만 흉내를 내기 위해서 사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하였다 한다.
그의 이성주의의 입장은 보수적 도덕이나 신앙과 정면충돌하며, 드디어는 집필금지를 당하기도 하여, 그의『순수이성비판』이하의 대표작들은 모두 월경하여「티가」에서 출판하였던 것이었다.
그는 1796년 72세의 고령에 이르기까지 강의를 계속하다가 1804년 2월12일 80세에 서거하였다. 그의 임종의 말은『이것으로써 좋다』(Es ist gut)는 말이었다.

<그의 사상과 경향>
인간의 자기신뢰에서 출발하는 근대사상은 칸트의 이성, 곧 인간이성, 자아에 의해서 비로소 확립되었다. 자아는 인식의 주체일 뿐만이 아니고, 실천의 주체이기도 하다. 칸트의 체계에서는 실천이성의 주체가 자아의 통일 자이고 의지적·인격적 이성에 최고의 지위가 주어졌다. 대상 편에 주어졌던 최고의 것을 주체의 내부에서 발견한다고 하는 철학상의「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이에 의해서 밝혀졌다.
그리하여 자연이 인간에게 법칙을 주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자연에 대해서 입법하는 것으로 되었다. 물론 칸트의 철학사상에 있어서의 의의는 그의「비판주의」에 있다. 이것은 인간 인식의 권능을 무제한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오성적 인식은 현상계에 국한된다고 주장하는 칸트는 자유·불사·신등 도덕적·종교적 이념은 이론적으로는 그 실재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칸트는 이 3자는 실천적으로는 그 실재가「요청」되는 것이라고 해서 실천이성의 우위를 설파하였다. 이를테면 자유에 관해서 보건대 만일 세계가 모조리 필연의 소산이라고 한다면 도덕현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도덕현상의 실재를 인정한다면 도덕법칙의 존재근거로서의 자유의 실재도 필연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또 역전시킨다면 도덕법칙이 자유의 인식근거인 것으로도 되는 것이다.
「칸트」는 인간이 경험적·감각적인 일체의 제약을 벗어나 이성자신이 주는 법칙에 따라서 행위 할 때에만 진실로 도덕적이라고 하여 도덕적인 세계창조자를 중심으로「목적의 왕국」은 마땅히 있어야 할 인간의 공동체임을 설파하였던 것이었다.
사실「칸트」의 3비판(「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도 사실 도덕을 근본으로 하는「목적의 왕국」을 예정했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극히 편리·쾌적한 문명생활이 되고 과거의 생활에 있었던 불행·재해·빈궁이 감소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명의 진보와 병행해서 인간의 도덕이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부도덕이 감소하고 사회의 암흑면이 축소되었는가, 인간이 도덕적 품성에서 향상하고 도덕적 정신을 일삼는 유덕한 사람이 되었는가 말이다. 오늘날의 물질문명을 초극하여, 개성적 인격의 발 양이나 정신적 자유의 실현을 위해서 칸트의 도덕적 인격 론이 강조되어야만 할 것이다. <성균관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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