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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헬멧 쓴 '다프트 펑크' 그래미 5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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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헬멧을 쓴 두 ‘로봇’은 말이 없었다.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는 여간해서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이런 듀오의 신비주의 콘셉트에 맞춰 철저하게 입을 봉했다. 왼쪽은 퍼렐 윌리엄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여기 이 ‘로봇’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마 프랑스도 이들을 자랑스러워 할 겁니다!”

 제56회 그래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헬멧을 쓴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였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 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듀오는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을 거머쥐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헬멧을 쓰고 시상식에 오른 이들을 대신해 피처링에 참여한 퍼렐 윌리엄스가 수상 소감을 전했다. 듀오는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니카 앨범’ ‘최우수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최우수 엔지니어드 앨범-논 클래시컬’ 상까지 휩쓸어 총 5관왕에 올랐다.

 ‘올해의 앨범’에 뽑힌 4집 ‘랜덤 엑세스 메모리즈’는 다프트 펑크가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기 마뉘엘 드 오멤-크리스토(40)와 토마스 방갈테르(39)로 이뤄진 다프트 펑크는 1997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 ‘일렉트로닉 음악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평단과 대중 양쪽을 사로잡았다. 특히 70~80년대 디스코와 전자음을 절묘하게 결합하며 아날로그 사운드를 구현한 이번 앨범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은 ‘겟 럭키’는 미국·프랑스·영국 등 전 세계 51개국 음원 차트를 장악했다. 공연할 때 항상 헬멧과 메탈 장갑을 착용하는데 스타덤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이들의 색깔을 잘 보여준다. 한 인터뷰에선 “처음엔 부끄러워서 쓰기 시작했는데 점점 관객들도 즐기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특별한 힘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의 노래’는 뉴질랜드 출신 천재 뮤지션 로드(17)의 ‘로열스’에 돌아갔다. 13세에 작곡을 시작한 로드는 지난해 하반기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9주간 1위에 오르며 샛별의 출현을 알린 바 있다.

 미국 최고 귄위의 시상식인 만큼 축하무대도 명불허전이었다. 특히 전설의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72)와 링고 스타(74)는 모두가 그려왔던 ‘꿈의 무대’를 펼쳤다. 매카트니가 지난해 발매한 앨범 ‘뉴’의 수록곡 ‘퀴니 아이’를 협연했다. 존 레넌(1940~80)의 부인 오노 요코(81)와 조지 해리슨(1943~2001)의 부인 올리비아 해리슨(66)도 함께 ‘올해의 앨범’ 시상자로 나섰다. 2014년은 비틀스가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을 선언하며 미국 진출을 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매카트니와 스타는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최우수 신인상’을 비롯해 랩 부문 4관왕에 오른 힙합 듀오 ‘매클모어&라이언 루이스’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그래미에서 파격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성 소수자의 인권을 노래한 ‘세임 러브’를 부르는 동안 동성 커플을 포함한 33쌍의 커플이 반지를 주고받는 결혼식 이벤트를 벌였다. 마돈나가 자신의 노래 ‘오픈 유어 하트’를 부르며 등장하자 객석의 환호는 더욱 커졌다.

미국 헤비메탈의 전설 ‘메탈리카’와 중국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의 합동 무대, 6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선 비욘세와 제이지 커플도 그래미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공연이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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