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 Story] 희귀병 4살…사랑으로 일어서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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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페퍼로니 피자가 제일 좋다는 티모시 송(4)군과 (뒷줄 왼쪽부터) 엄마 앨리스(40), 누나 클레어(6), 아빠 대니얼(40)씨가 활짝 웃고 있다. 김상진 기자

포동포동한 얼굴, 뽀얀 피부의 티모시 송(4)군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는 풍선을 들고 셔츠가 땀에 젖을 때가지 누나 클레어(6)와 함께 온 집안을 헤집는다.

라미라다에서 만난 티모시는 밝고, 건강했다. 지난 2일, 무사히 네 번째 생일을 맞은 이 아이의 얼굴을 보면 3년 전 본지를 통해 '골수 기증자를 찾는다'며 다급하게 호소했었다는 사실을 잊게 될 정도다. 당시, 티모시의 병명은 '만성육아종증(CGD)'. CGD는 백혈구의 면역체계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아시안골수기증협회(A3M)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CGD 환자 사례는 티모시가 유일하다.

티모시의 골수 찾기는 한인들의 관심에도 결코쉽지 않았다. 생후 2개월 때 발병해, 2012년 2월18일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때까지 엄마 앨리스(40)씨는 집요하게 병원을 찾아다녔다. 전국의 의사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 몇 시간씩이고 아들의 증상을 알렸다. 신문과 개인 블로그(www.alicesong.com), 한인 교회를 찾아다니며 골수기증을 부탁하기도 했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17명의 CGD환자를 살렸다는 병원을 발견했을 땐, 4식구가 짐을 싸 7개월간 머물기도 했다. 혹시나 밖에 나가면 아들에게 균이 옮을까, 식구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늘 붙어있었다. 오직 팀(Tim)을 위한 팀(Team)이었다.

"모든 생활이 아들의 검사 결과에 따라 움직였어요. 처음엔 '왜 우리가, 왜 티모시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해?' 하며 많은 날들을 보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한 게 많아요. 어릴 때 병을 발견했고, 좋은 의사를 만났고, 골수이식에도 성공했고요. 아들 때문에 만나게 된 사람들도 많아요. 생면부지의 티모시를 위해 기도를 해주고, 몇 시간씩 걱정해주는 사람들이죠."

골수이식이 끝난 후에도 시련은 있었다. 수술 1년 후, 완치됐다고 믿었던 티모시의 혈소판.백혈구 수치가 널을 뛰듯 왔다갔다하자 잠시나마 평온했던 나날은 또 다시 병원에서의 삶으로 바뀌었다. 그때마다 신앙이 버팀목이었다. 강한 믿음은 강한 엄마를 만들었다.

"티모시는 어찌 됐든 평생, 병원과 연을 쌓고 살아야 해요. CGD는 유전이 될 테고, 아들은 1년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아야하죠. 누구나 다 살면서 각자의 짐을 안고 버티잖아요. 우리 아들은 그게 '병원'일 뿐이에요."

한바탕 뛰어놀던 티모시가 만화영화에 집중한다. 2014년 새해 소망이 뭐냐는 말에, 앨리스씨는 "글쎄…이미 이뤄진 것 같은데요?" 하며 싱긋 웃는다. 이번 한해는 티모시에게 '약 없이, 주사 없이' 생활하는 생애 첫 해이자, 다른 가족들이 균 걱정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다. 아들과 함께 공원에 갈 수 있는 게 요즘 가장 큰 기쁨이란다. 축구에 재미를 붙인 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의사선생님들이 우스갯 소리로 '티모시는 채혈검사에서 여자(골수기증자의 피)로 나올 테니 올림픽선수로 키울 생각은 말라'고 하는데(웃음)…건강하게 뛰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너무 감사해요. 물론, 골수기증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한 아이를 살릴 수 있잖아요?" 아픈 한인 어린이들을 위해 골수기증등록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새해, 새출발, 기쁨이 넘친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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