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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기 흉한 건물은 「워터게이트」-미 건축비평가가 평한 미국의 5대 흉한 빌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도처의 대도시에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는 거대한 빌딩들은 현대문명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 20세기 건축물의 특징인 유리벽과 추상적 디자인이 과거의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지 않고 환경미를 깨뜨리는 데에 문젯점이 있다.
미국의 건축비평가 울프·에칼트씨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지에 워싱턴의 5대 대표적인 나쁜 건물과 5대 좋은 건물을 들어 건축미를 비평, 현대도시의 문제를 제기했다. 건축미의 기호는 시대사조에 따라 변하며 대중문화의 수준과도 관계 있으나 결국 건물의 미적 가치는 주위환경과의 조화여부에 달려있다.
이런 관점아래, 「워터게이트」는 나쁜 건물로서 첫째를 꼽을만하다. 포토믹강 전경을 가로막는다하여 계획당초부터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한 시민전체가 반대했다. 고 모레티씨가 구상한 설계도는 처음에 건물을 낮게 보이기 위해 위로 갈수록 엷은색을 칠하게 되어있었는데 이는 마치 흉측하고 거대한 「시멘트·카멜레온」 같았다. 그후 설계를 변경, 건축허가가 났는데 케네디·센터 옆 워싱턴 기념관 앞에 서있는 이 건물의 위치란 불경하기 짝이 없다.
둘째로 보기 싫은 건물은 「샘·레이번·하우스」를 들수 있다. 같은 양식의 구 정부청사는 20년전 실용적 바우하우스 양식이 유행할 때 부숴야 된다는 여론이 있었으나 지금 사랑 받고 있지만 레이번 건물은 흉하게 보인다.
그 다음 국회의사당 옆에 우뚝 솟아 있는 FBI본부건물이다. 거대하고 멋없기가 마치 로마제국주의 유물 같은 인상이다.
그 거대한 콘크리트는 야수주의라 불리는 20세기 건축물의 마지막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K 스트리트의 슬릭·시스터즈 건물은 남북으로 마주보는 훤한 유리로 된 현대적인 건물인데 호들갑스런 숙녀같이 야한 인상이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계획인 랑팡·플랜의 실현으로 아름다운 거리풍경을 이루고있는 라머다·인 호텔 앞에 떡 버티고선 실내수영장건물이다.
이 커다란 건물은 마치 응접실에 샤워를 설치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나쁜 건물이 있는 반면에 좋은 건물이 대조된다. 가령 워터게이트 건물이 편리한 점도 많으나 야비하게 보인다면 재개발지구의 「티버아일런드·아파트」는 잘 짜여진 디자인으로 즐거운 도시생활의 전형으로 삼을만하다. 또 레이번 건물과 FBI수사본부가 기괴한 시대착오적 기념비의 존재라면, 부설된 국립미술관은 우리시대의 정신을 표현하고있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의 지배적 성향인 프랑스의 클래식한 보가르 양식과 현대건축미를 능히 조화시켜줄 본보기다. 우아한 건축미가 무엇이라는 걸 보여주는 건물로서 새로 선「유람·빌딩」은 나쁜 건축의 표본이 됨직한 「슬릭·시스터즈」건물에 대비될 수 있다. 내부설비도 훌륭한 이 건물은 과감하고 혁신적인 현대감각을 살렸음에도 주위의 평범한 건물들 중 빼어난다.
현대건물이 구시대건물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현대건축기술 탓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발달된 건축기술이 온갖 역경을 이기고 아직도 18세기 정신을 해치지 않는 「메트로」역은 현대적 감각으로도 매우 고상하다. 단순 장엄하면서도 과시함이 없는 이 지하역은 매우 독특하고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무엇보다도 「덜레스」공항터미널일 것이다. 이것은 규정된 힘이 미로 승화되어 탄생한 우리 시대의 산물이다.
제트 시대에 봉사하는 건물이면서 좋은 의미의 고전식 곧 파세논에 비길 수 있는 건물이다. <워싱턴·포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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