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두번째 유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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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진난만한 세계의 꿈과 우화를 간명하게 표현하는 장욱진 화백이 10년만에 두번째의 유화작품전을 마련하고 있다(12일∼18일·원서동 휘문학교 후문 공간사랑). 이번 출품은 2호에서 8호사이의 32점인데 그 중엔 50년대의 구작 4점을 제의하곤 작금년 제작한 것들이다.
금년57세의 장 화백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 변화가 없다. 소년·집·나무·새·강아지·해와 반달·소 등 소재가 그러하고 주로 10호미만의 소품인 점도 마찬가지다. 그는 두세 벽화를 제작한 바도 있지만 『30호 이하라야 예술성을 지닌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의 그림이 어처구니없게 간명하고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의 표현임에도 보는 이로 하여금 즐겁게하며 결코 속되지 않은 이상한 매력을 주는 것은 바로 화폭에 서린 소박한 애정과 생활의 반영 때문일 것이다. 그 점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 우화로써 인간에게 꿈과 환상을 회복시키고있다』고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공간』최근호 특집에서 지적하면서 우리 화단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선천적 예술가라고 했다.
장 화백은 서울 근교의 덕소화실로 옮겨 앉은 60년대 후반에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겨우 그룹전 등에 몇점 출품했을 뿐인데 72년 이후 다시 활기를 되찾아 이번 개인전을 갖게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제작생활은『뼈를 깎고 살을 져며내는 시련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어서 역시 과작이다. 1점에 30만∼80만원의 작품값인데 도무지 안 내놓겠다는 작가측의 고집 때문에 기이한 전시장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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