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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하는 국제통화질서-원유파동 후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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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9월 나이로비에서 열렸던 IMF(국제통화기금)총회는74년7월말까지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마련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결의는 10월부터 시작된 원유파동으로 완전히 깨어져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감마저 없지 않다. 근착 이코너미스트지는 「공업국의 방대한 석유적자」와 「확고한 국제통화질서」를 양립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각국의 정책담당자와 금융전문가 10명을 선정,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석유수입국들의 원유적자가 연 3백억∼5백억 달러로 확대된 것이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의 모색에 큰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지스카르-데스텡 프랑스 재상은 이에 반대했다.
말하자면 프랑스는 달러화의 기축통화역할 부인이라는 종래의 입장을 유류 위기에도 불구하고 고수할 예정인 것이다.
데스텡씨는 산유국의 과잉달러 문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그와 같은 돈은 국제금융시장으로 풀려 나오기 마련이며 따라서 변동성 부족이나 외화편재현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풀이다.
SDR(특별인출권)의 확대, 정부 보유금의 자유시장거래 인정 등 데스텡씨의 지론은 이번 회견에서도 재확인되었다.
한편 미 재무성의 통화문제담당 차관보인 폴·볼커씨는 복합적인 변동환율제가 현재로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축통화체제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데스텡씨의 견해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또 SDR문제에서도 이의 급격한 증액이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경고, 가능한 한 금·달러 중심체제가 지속될 것을 희망했다.
SDR의 상업거래 허용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도』이해가 반반이라고 주장하면서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산유국의 과잉외자가 국제금융시장 및 산유국의 대외투자를 통해 적절히 조정될 것으로 본 점에서는 데스텡씨의 견해와 비슷했다.
서독 연방은행부총재 오트마르·에밍거씨는 유류파동이 달러화의 지위향상에 큰 공헌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의 모색작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즉 비산유국들은 원유적자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마련해야 하므로 달러화의 수급사정이 일변했다는 풀이이다. 그리고 산유국에 몰린 과잉외화가 어떤 형태로 처리되든 간에 그 대부분이 달러화인 이상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밍거씨는 이상과 같은 판단 하에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가 『통제된 변동환율제』라야 하며 「통제」의 관리는 IMF가 맡는게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은행부총재 리날도·오솔라 씨는 요즘처럼 각국의 경기사정이 나쁘고 원유적자에 시달리는 때는 변동환율제가 자칫 금리인하 경쟁을 낳기 쉽다는 점에서 이의 엄격한 통제를 주장했다.
그는 원유적자가 초래할 심각한 유동성 부족문제를 산유국의 과잉외환 환류 외에 SDR의 증가·정부 보유금의 활용 등으로 해결하자고 제안,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통화질서가 장기적으로는 『금을 축출해야할 것』이라고 말해서 여운을 남겼다.
케네디, 존슨 대통령 밑에서 재무성 통화담당차관보를 역임했으며 현재 뉴요크의 브라운·브러더즈·해리먼 은행을 맡고있는 로버트·루저 씨는 이번의 원유파동으로 인해 지금까지 검토되었던 국제통화 개혁방안은 모두 쓸모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같은 전제하에 두저씨는 『적어도 앞으로 2년간은 통제된 변동환율제』외에 다른 방법을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SDR의 증가가 국제유동성의 보전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그 평가와 관리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한다는 점에서 조급한 증가에 반대했다.
영국 슈로더·인터내셔널 은행장인 조프리·벨씨는 통제된 변동환율제를 지지할 뿐만 아니라·평가절하 경쟁의 가능성을 거의 무시해서 주목을 끌었다.
취리히의 스위스·크레디트 은행장 한스·마스트씨는 산유국의 과잉 달러가 해외에 장기·직접투자로 환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가 어떤 형태든 간에 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않는한 또 다른 위기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 이코너미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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