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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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 김종필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해 준 것은 한·불 관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으며, 그와 나눈 당시의 대화를 하나도 잊지 않고 모두 기억하고 있다.』
서거하기 열흘 전인 지난달 22일 「퐁피두」대통령은 윤석헌 신임 주불 한국 대사의 신임장을 받은 다음 12분 동안 환담하면서 나눈 대화의 한 토막. 「퐁피두」는 이날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의 「에너지」개발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21일 밤 외교 사절을 위한 만찬회를 취소할 만큼 건강이 나빴던 「퐁피두」가 윤 대사의 신임장을 받은 것은 한국에 대한 특별 배려로 보였으며 특히 「조베르」외상의 방한 예정을 직접 밝힌 것은 AFP가 『외교 관례에 없는 충격적 사건』이라고 표현할 만큼 한국에 대한 마지막 호의를 베풀었던 셈이다.
73년6월 「엘리제」궁에서 김 총리를 만났을 때 「퐁피두」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한·불 양국간 협력이 증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특히 국제 문제에 있어 불란서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약속, 김 총리의 「프랑스」방문 의의를 깊게 했었다.
당시 「프랑스」신문들은 「퐁피두」의 중병 설을 보도했었는데 김 총리는 회담 후 『턱이 다소 처지긴 했으나 별다른 증세가 보이지는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경제통으로서의 「퐁피두」대통령은 한국 경제 발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이 서기 2천년에 세계 경제의 중상위권에 속할 것이라고 전망한 『미국의 도전』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바 있는 『퐁피두』는 그 책의 영향 탓인지 한국의 경제발전을 주시해 왔으며, 1971년 5월에 개최된 「파리」국제 박람회 때는 한국관을 방문, 한국 상품을 둘러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이수영 주불 대사가 인삼이 건강에 좋다고 했더니 『나에게 인삼을 자주 보내 주시오』라고 농담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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