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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국회 앞둔 여야의 기류|공화·신민의 전략과 당내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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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 원만한 운영희망>
4월 하순 임시국회개회방침에 따라 여야정당은 긴 동항에서 깨어났다. 「1·8」「1·14」대통령긴급조치·물가와 자원·남북관계 등 새해 들어 줄을 이은 중요국정이 4월 국회를 기다리는 무거운 의안들이다.
그 위에 신민당의「총재유고」마저 겹쳐 공화·신민 양당이 모두 어려운 과제를 떠맡고 있다. 공화당으로선 시국안정이 당면 과제의 전부.
여당으로선 그에 맞춘 4월 국회의 원만한 운영방향을 짜는 일이 다급하다.
공화당은 지금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라고 보고 있고 이 어려운 시기에 열리는 국회기 때문에 난제인 물가 및 자원 대책, 그리고 남북간 긴장에 따른 안보대책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1·8긴급조치는 해제를 검토할 시기가 아닌 만큼 이번에 국회에서 거론하지 말자는 것이 여당의 태도.
그래서 이 문제를 제1의제로 꼽는 야당을 설득하는 일에 여당의 사무총장·총무·국회상임위원장이 모두 나서 있다.
여당 간부 중에선『1·8긴급조치 거론을 야당이 굽히지 않는다면 4월 국회를 더 늦출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 사람들까지도 내심으론 거론조차 막을 수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따라서「긴급조치」를 독립의제로 하는 것을 피하고 대정부질문 속에 묶어 가볍게 거론하고 넘기는 선에서 절충하려는 것이 여당의 전략이 아닌가 보인다.

<신민의 우위파 못 가려>
신민당으로선 국회대책보다는「당수유고」가 던진 것이 더 큰 문제.
「진산 이후」의 당권문제가 유진산 총재의 장기와병에 따라 하나의 절실한 현실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유 총재는 지난 l월11일 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이래일시 회복되는 듯해 한차례 당직자회의에 참석하기까지 했으나 끝내 다시 입원해야 했다.
유 총재 측근들을 비롯해 공식적으론 병세를 모두 낙관하고 있으나 간부들 사이엔 걱정스러운 논의가 오가고 있는 심상찮은 일면도 있다.
누구도 내놓고 말은 않지만 진산 후계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각파가 그 나름의 포진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산 체제하에서도 파벌의 상호견제와 경쟁이란 취약점이 없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파벌을 가릴 만큼 진산 그늘엔 폭이 있었다.
그러나 진산 이후엔 그런 그늘이 없다. 어느 파벌도 상대적인 절대 우위를 못 가진데다 따른 파벌을 끌어 나갈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와병중의 당수에 당권도전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당 간부들은 말한다. 그러나 당수의 노령과 건강으로 보아 당수나 위원모두가 원치 않더라도 진산 후계가 조만간 닥칠 일.
그러자면 진산 이후의 준비가 어렵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당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 어느 간부의 설명이다.
진산 체제하의 파벌은 진산 친위·이철승 계를 주류, 고흥문, 김영삼씨 계·정일형·김원만씨 계를 비주류로 일컬어 왔다.

<파벌재편작업 본격화>
그러나 진산 와병 후 진산 친위가 신도환씨 중심과 이민우씨 중심으로 양분되고 제휴형태가 뒤바뀌는 재편기운이 일기 시작했다.
진산 이후 파벌로는 △김의택-이민우씨 △고흥문씨 △김영삼씨 △이철승씨 △정일형-김원만씨, 그리고 △신도환씨 선△정해영씨 선으로 나누어 질 것 같다.
전자 3파가 준 민주당의 구파 사람들이고 후자가 비구파.
대체로 이런 큰 두 흐름, 그리고 몇 갈래 중도적인「그룹」간에「포스트」진산을 내다보는「합종연형」이 모색될 조짐이다.
진산 후퇴를 가정한다면 당권경쟁에 나설 수 있는 실력자로 꼽히는 사람은 고흥문 이철승 김영삼 정일형 씨 등 4인이다.
고흥문씨는 진산 체제 아래의 비주류를 자처했지만 진산 친위라는 오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와 당내 제1파벌로 올라설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김영삼씨와의 계속 제휴, 그리고 당내 중진급 몇 사람의 완강한 반대를 싸잡아 안을 수 있을지가 난제라는 얘기.
이철승씨는 비주류였던 정일형 김원만씨, 그리고 진산 친위 중의 신도환씨 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김영삼씨는 당의「이미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소속 의원 중 젊은 층의 충동질을 받고 있는 입장.
그러나 고흥문씨·진산 친위 등과의 타협이 전제 조건이라는 얘기다.
정일형 씨는 앞에 거론된 40, 50대의 팽팽한 경쟁, 그리고 세사람보다 모두 선배라 해서 기피하는 당내 노장파들에 얹히는 완충 내지는 과도 체제적인 당수 감.
결국 파벌의 재편, 당수후보들의 상호조정, 신도환 정순영 씨 등의 거중조정-이런 것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요소가 될 것 같다.

<부총재 5명, 전략 짤 듯>
그러나「포스트」진산은 현재로선 이런 흐름을 내다보는 사전 정지일 뿐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신민당은 우선은 5명의 부총재(김의택 김영삼 고흥문 정해영 김원만)·이철승 국회부의장·신도환 총장·이민우 총무·정운갑 정책심의회의장으로 구성되는 당직자회의를 지휘탑으로 해 전략을 짜고 있다.
이 가운데 대여교섭은 신 총장·이 총무의 소관사항.
4월 국회일정을 어떤 선에서 타협할 것인가, 당수의 건강회복이 국회개회 때까지도 안 된다면 누가 긴급조치를 거론할 대표질문에 나실 것인가 등은 이 당직자회의에서 결정해야 한다.
신민당의 이런 집단지도는 여당에도 곤란한 문제를 안겨 준다.
신민당 안 각파벌이 경쟁관계에 서게 되면「이미지」부각을 위해서도 다투어 대여「강경」노선을 주장할 것이고 여당으로선 대야협상의「채널」에 곤혹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당의 한 고위간부는『유 당수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여당으로서도 누굴 잡고 얘기하더라도 당내에 먹혀 들어가기가 힘들 테니 야당상대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어떻든 유 총재가 4월 국회에서 당 대표질문자로 나서서 당의 노선을 밝히고 지휘봉을 휘둘러 나간다면「심각한 국면」을 일소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유 총재의 조속한 당무복귀를 바라는 것이 당 내외의 희망이 돼 있다. <이제훈·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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