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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에서 깨어나는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는 이번 주안에 상공위·농수산위를 그리고 내주에는 내무·국방 등 4, 5개 상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또 늦어도 4월말에는 금년 들어 처음이 되는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여·야간에 의견이 절충되고 있다.
새 헌법 아래 제9대 국회가 구성된 이래 국회는 거의 문을 닫다시피 하여 너무 위축되지 않았느냐고 하는가 하면, 이번 국회야말로 낭비를 지양한 새로운 모습을 가졌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누구의 눈에도 9대 국회가 너무 조용한 것만은 확실하다. 시끄러운 정쟁이 없고 행정부의 능률을 저해하지도 않으며 정객들의 선동적 인기전술도 없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과연 조용한 것만이 바로 발전에 보탬을 가져오고, 부작용이 바로 능률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국회의 본래적 기능으로 친다면 예산심의와 입법권의 실천으로 족하겠다.
그러나 내외정세가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의 일체감 형성에 이바지하는 것이 바로 국회의 더 중요한 사명일 것이다. 다시 말해 국회는 국민의 다수의사를 올바로 집약하여 이를 정책을 통해 되돌리는(피드백)기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 국회는 불필요한 정쟁을 일삼아 왔고 정도 이상으로 행정부를 견제해 왔다는 비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런 비판 때문에 있어야 할 국민의 발언과 또 국민을 위한 행정의 통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새 헌법은 국회의 독단을 막을 충분한 제동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자중에서 한발 내디뎌 국회의 전향적 효용을 시험해 볼 단계에 이르렀을지 모른다.
국회는 금년에 60여억원의 예산을 쓴다.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오히려『다른 의미의 낭비』로 비판될지 모른다. 그런 뜻에서 보더라도 이번 상임위원회 개회와 임시국회 소집계획은 국민과 국회 또는 국민과 정부간의 관계조정에 꼭 필요한 일이다.
근래 자원난에서 비롯한 경제문제, 특히 물가·고용·수출 등 우리생활에 직결된 난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 같은 난제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결 또는 수습될 것인지 일반 국민으로서는 몹시 궁금하다. 정부나 업계가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일반국민으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해 그 동안에도 정부 시책이 밝혀진바 없지는 않으나 문제의 중대성에 비추어 보다 활발한 토의와 보다 많은 지혜의 집약이 필요하다.
이미 여·야당에서는 경제관계 상위가 열릴 경우 곡물·비료수급·정유회사의 과당이윤·공산품 가격 재조정여부 등 당면문제들을 따지기로 했으며, 내무·국방위에선 치안문제·북괴의 긴장 조성에 대한 대책 등을 다룰 준비를 갖추었다.
국회의원들은 그간의 오랜 휴회 중, 당책에 의해서건 개인적인 계획에 따라서건, 많은 유권자들과 접촉을 가져왔다.
국회에 대한 실망과 기대의 교착, 정치에 대한 긍정과 비판-접할 수 있었던 각양한 여론이 어떤 방향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정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 집약된 여론이 이번에 열리는 상임위원회와 임시국회에 충분히 반영되기를 우리는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좌절·도피적인「탈 정치」와 행정적「반정치」의 모든 요소를 조금이나마 덜어, 국민-국회-정부의 일체감을 육성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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