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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에 빠져 무술 외길 30년 … "'태극권 시범' 나눔 봉사 펼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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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석 활인 쿵푸 태극권 연수원 원장이 검을 들고 우슈의 종목인 무기술 중 검술을 선보이고 있다.

쿵푸의 매력에 빠져 도장을 찾았던 한 소년이 30년 외길을 달려 태극권의 고수가 됐다. 오랜 시간 무술을 연마하고 활법을 수련해 이제는 그 동안 익힌 갖가지 무술 기법으로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유명석(51) 활인 쿵푸 태극권 연수원장을 만나봤다.

글=최진섭 기자 , 사진=강태우 기자

학창시절 우연히 보게 된 한편의 영화 때문에 유명석 활인 쿵푸 태극권 연수원장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공부도 제법 잘 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그가 좋은 직장을 얻어 안정된 삶을 살아 갈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친구들과 본 영화 한편은 유 원장의 인생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당산대형’이라는 영화를 처음 본 뒤 이소룡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마른 체형이지만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과 카리스마는 철없는 고등학생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죠.”

유 원장은 이후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는 모두 찾아봤다. 그러나 점점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실제 무술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특히 이소룡과 함께 성룡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유행처럼 무술도장을 찾는 청소년들이 급증했다. 그 역시 도장을 찾게 됐다. 다소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터라 체력적으로는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타고난 운동 신경 때문인지 도장 관원들 사이에서도 점차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취미 삼아 시작한 무술이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본격적인 쿵푸 수련에 들어갔다. 유 원장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소룡이나 성룡처럼 영화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술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중 합작 영화 붐이 일기 시작했어요. 함께 수련했던 선배들이 하나, 둘 영화판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번번이 시련을 맞봐야 했어요.”

수 차례 한·중 합작 영화에 도전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무술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무술에만 전념해 온 시간들이 아까워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1990년 제11회 북경 아시안게임 때 우슈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장권·남권·태극권으로 나뉘는 우슈 종목 중 남권으로 충남 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이후 몇 년 동안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선수로 활약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여서 아쉽게도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후배 양성을 시작한 그는 우슈 자격증은 물론, 생활체육 지도자, 보디빌딩 자격증 등을 취득하며 선수 발굴에 힘을 쏟았다. 또 선수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활법 자격증을 취득해 후배 양성에 필요한 자격을 충실히 갖춰나갔다. 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를 거치며 전국 400여 개에 이르던 쿵푸 도장은 100여 개로 줄어들었고 현재 천안에는 3개 도장만이 쿵푸의 명맥을 잇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해 졌다.

 “한창 무술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는 동네마다 한 두 곳 이상은 도장이 있었어요. 지금이야 젊은 사람들보다는 노인들이 치료 목적으로 도장을 찾을 정도로 쇠락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은 가지고 있습니다.”

유 원장은 30여 년 동안 갈고 닦은 무술 기법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에게 나눔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충남 자원봉사 협회 소속인 시민 네트워크 예술단과 함께 지역 축제나 요양병원 등에서 태극권 시범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 활법을 통해 디스크·협착·측만골반 교정 등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많았지만 무술과 인연을 맺은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이 가진 무술 기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유명석 활인 쿵푸 태극권 연수원 원장은 …

-1991 보디빌더 자격증 취득
-1994 활법 자격증 취득
-2001 우슈 자격증 취득
-2007 무도인 평화대사 임명
-현 전국우슈연합회 이사
-현 중앙심사위원
-현 충남우슈연합회 부회장
-현 국제대체의학연합회 충남지부장

◆활법=인체 자력 교정술이라는 과학적인 기법을 통해 비뚤어진 골격을 바르게 해 신체부조화로 야기되는 갖가지 불편을 감소 또는 완전 소멸시키는 운동요법으로 ‘살리는 법’이라고 한다. 활법은 본래가 비술로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족고유의 빼어난 운동기법이다.

◆우슈=중국의 전통 무예를 바탕으로 한 운동이다. 종목은 크게 권법과 무기술을 보여 주는 경기, 같은 체급의 선수끼리 승부를 겨루는 산타(散打)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권법은 장권(長拳), 남권(南拳)·태극권(太極拳)으로, 무기술은 도술(刀術)·검술(劍術)·곤술(棍術)·창술(槍術)로 세분된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 공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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