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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소득 불균형 심화 … 올부터 고급차에 첫 세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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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러시아가 2014년부터 사상 처음 고급 차에 세금을 부과한다. 사치품 대상 세금으로는 처음이다. 대상은 9만 달러(300만 루블) 이상 모델이다. 세율은 차 가격과 연식에 따라 달라진다. 고급 외제차 소유주가 추가 부담하는 세금은 연평균 13만 루블(약 410만원) 정도다.

세금의 목적이 세수 증대는 아니다. 고급으로 규정할 수 있는 자동차는 러시아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우달로프 자동차시장 통계분석회사 ‘아프토스타트’ 최고경영자의 평가에 따르면, 고급 차는 1년에 많아야 1000대밖에 판매되지 않는다.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러시아 기업가연맹 ‘델로바야 로시야’ 회장은 고급 차에 추가 세금을 부과해도 세수가 35억~40억 루블(약 1100억~1260억원)밖에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급 차에 대한 사치세가 금액으론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다르다. 프랑스 경제학자 에릭 피셰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사치세로 매년 25억 달러가 국고로 들어온다. 러시아 관리들은 사치세 부과를 통한 국고 충당은 특히 서구 국가들과 비교할 때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이번 사치세의 목적은 다르다. 세르게이 샤탈로프 러시아 재무차관은 “사치세가 무엇보다도 ‘사회 정의’를 위한 조치”라고 말한다.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민소득 불균형 문제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사치세’ 부과를 허용하는 일련의 법안을 입안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

부동산 과세도 대기 중이다. 2013년 러시아 재무부가 입안한 과세 방안은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세금 규모는 공시주택가에 따라 달라진다. 공시주택가 1억3000만 루블(약 41억원) 이상인 아파트와 주택 소유자들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스위스크레디트’ 은행의 ‘2013년 세계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억만장자 110명이 러시아 전체 부의 35%와 전 세계 부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사치세 부과는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2007년 ‘정의러시아당’은 200만 루블이 넘는 자동차와 항공기, 요트와 보트, 30만 루블이 넘는 귀금속과 보석과 예술품, 1500만 루블 이상의 토지를 사치품에 포함하도록 제안했다. 러시아인 대다수도 부자세 도입을 지지한다. 전(全)러시아여론연구센터 ‘프치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년 전 러시아인의 70%가 사치세 도입에 찬성했다. 그러나 자신이 부유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는 절반가량만 사치세를 지지했다.

부유층에 부과되는 특별세 제도가 서구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세금을 좀 더 내자는 제안은 종종 부유층으로부터 나온다. 몇 년 전 유로존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독일에선 백만장자 50명이 50만 유로 이상 재산 소유자들에 대한 5% 세금 부과를 제안했었다. ‘세금 인상을 지지하는 부자들’ 운동의 창립자인 디터 렘쿨은 “금융위기 때는 가능하면 부유층에서 세금을 거두고 인상할 필요가 있다. 부유세는 백만장자 자신들에게도 이익이다. 부유세가 국가 복지, 다시 말해 사회 전체의 복지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료체계이자 교육체계이며 정의이기도 하며 사회 안정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예카테리나 드로비니나

본 기사는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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