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개인정보 동의 강요는 기업들 '돈벌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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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고객들은 카드사나 통신사, 유통업체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문제는 업체들이 꼭 필요한 식별정보나 신용정보 이외에 너무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교묘한 방법으로 고객의 동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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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은 23일 우리카드 홈페이지에서 신용카드를 신청해봤다. 개인정보의 선택적 수집과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체크하고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해당 카드는 개인신용정보의 수집과 이용, 선택적인 제공 동의가 필수”라는 안내문이 떴다. 내용을 자세히 보니 제휴한 보험사 30곳의 보험상품을 카드 고객에 판매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이번엔 개인정보를 다른 곳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동의서 부분의 선택적 항목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항공마일리지카드 같은 경우 해당 항공사에 개인정보를 일정 정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카드사의 홈페이지에 나온 동의서에는 카드별로 정보를 주는 제휴사 여러 곳이 한꺼번에 나와 있었다. 한꺼번에 동의를 하지 않는 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었다. 금융당국에서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강제 동의’ 부분이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측은 “오프라인 가입 시에는 문제가 없는데 온라인 전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즉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카드 홈페이지의 카드 신청코너에도 필수적 동의 항목과 선택적 동의 항목이 3가지씩 나와 있었다. 이미 각각의 항목은 ‘동의함’으로 설정돼 있었다. 선택적 동의 항목을 자세히 보니 마케팅·영업 목적의 이용에 대한 동의였다. 이 중에는 22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대리해 카드사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항목을 ‘동의 안 함’으로 옮겨봤더니 이런 안내문이 떴다. “미동의 시 사은품 행사에서 제외되며 해외 부정사용 조사와 관련한 본인 자료제출 및 보상 지연, 자동이체 서비스의 신청 및 접수가 불가할 수 있다”고 했다. 마케팅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부분만 동의를 하지 않았는데 해외 부정사용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다.

 최근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쿠키(임시저장파일)’를 이용한 타깃 광고도 논란이다. 특정 쇼핑몰에서 클릭했던 상품이 다른 인터넷사이트로 넘어가도 광고처럼 계속 뜬다. 쿠키를 이용하고 있는 롯데카드는 “고객의 컴퓨터는 식별하지만 특정 개인을 식별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자신의 선호나 이용 기록이 수집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사용자가 동의했을 때 쿠키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어디서, 얼마만큼의 쿠키를 수집하고 보관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며 “사용자들이 ‘노(NO)’라고 할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회사에서도 각종 개인정보가 다른 업체들로 넘어간다. 이통사는 정부가 본인확인 기관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객이 이통사가 제휴한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주민번호를 비롯한 성명·계좌번호 같은 것들이 다른 업체로 간다.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혜택,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자회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정보 수집도 성행하고 있다. 직장인 유정인(29)씨는 “포인트가 쌓이는 스마트폰 앱을 업그레이드했더니 추가적인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요구했다. 탈퇴를 할까 했지만 쌓은 포인트가 아까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현행법상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계약이 성립한다. 개인정보는 최소 한도로 수집하게 하고 필수항목과 선택항목을 잘 구분할 수 있게 표준약관이나 정보제공동의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이지상·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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