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인 기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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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치안국에 의하면 올해 들어 2월말까지 10대 소년이 저지른 강력 사범은 작년의 같은 기간에 비하여 20%나 증가하고 이들의 범죄양상도 갈수록 난폭화·집단화·저연령화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질적 문화체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는 이미 어느 나라에서도 고정된 가치기준이란 존속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로부터 초래된 도덕적 혼란은 전통적 가치에 물들지 않은 청소년층에 있어서 가끔 파괴적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즈음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청소년범죄 문제도 이와 같은 일반적 추세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당국의 분석에 의하면『집이 가난하여』또는『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하여』라는 것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게 된 으뜸가는 동기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도 빈부의 차나 기회의 불균등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이러한 요인들이 10대 소년들의 범죄를 유발하는 직접적 원인 중 첫 손에 꼽히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0대 소년이라면 무엇에 관하여서도 아직 독자적 판단력을 갖기에는 미숙한 연령이므로 이들의 불량화나 범죄의 중요한 책임은 성인사회에 귀납되는 것이며, 그 중에도 특히 그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돌아가야 한다. 연소자의 도덕적 판단은 우선 부모의 행태「모델」의 모방을 통해 함양되어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승인과 행인이 설득력을 잃거나, 그 기준이 모호하거나, 또는 품성의 형성을 도울 만큼 지속성이 없게 되면 그 소년에게는 어떠한 도덕관념도 심어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소자의 도덕적 탈선은 주로 보호자의 무관심·몰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라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당국자들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또 한가지 중대한 문제는 우리사회에서는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청소년의 독자적 생활권역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들의 도덕적 품성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가정 자체가 부모들의 불안정한 생활로 말미암아 공동화해 가고 있는 터에 그들의 어린 마음에「매스컴」등을 통해 부단히 침투되는 성인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일찍부터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한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이 구상하고 있는 청소년 선도기구의 설치에 붙여서 추가하고 싶은 것은 먼저 사회도덕도 진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기성세대 중심의 낡은 도덕률을 억지로 강요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청소년들의 고민을 비현실적인 욕구불만의 충족을 위한 몸부림과 연결 지어서 논하는 경향이 있지만, 싱싱하게 뻗어 나가려는 젊은 세대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욕구불만은 그것을 덮어놓고 부도덕한 것으로 비난하거나, 억제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심리적으로 축적된 굉장한「에너지」를 뜻하는 것도 되는 것이므로 이를 적절한 통로를 통해 생산적으로 분출시킨다는 것은 그들의 사회적 잠재력을 살리는 길도 될 것이다.
시급한 것은 제도적으로 사회봉사·종교활동·직업교육과 건전한 오락활동을 장려하여 청소년의 정력을 사회참여에의 길로 유도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선도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대전제로 우선 부모로부터 도덕적으로 버림받는 기아가 없어져야 하고, 청소년 보호선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최고도로 높아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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