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등에 업은 일본, 올 신규 채용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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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일자리 창출에 적잖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일자리 대책이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신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2일 발간한 ‘한일 일자리 신풍속’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 대졸자 약 9만3000명을 새로 뽑는다. 전년 대비 3%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올 한 해 국내 상위 500개 기업의 대졸 신규 채용은 지난해보다 1.5% 줄어든 3만여 명에 그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일본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효과와 증시 회복세를 등에 업고서다. 특히 직접적 수혜를 입은 금융 분야가 채용 확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증권 22.5%, 은행 10.9%, 리스·소비자금융은 15.2%씩 대졸 신규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SMBC니코증권의 경우 지난해보다 신입사원을 1.5배 더 뽑고, 다이와증권도 18% 늘리기로 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 일본 정보·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대졸 신입을 15.6% 늘린다고 밝혔다. 주로 이공계 쪽 연구개발(R&D) 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 훈풍에도 제조업 분야 채용은 5.4% 감소할 전망이다. 무역협회 기업경쟁력실 박기임 수석연구원은 “경기 전망이 밝지만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을 늘리고 있어 일본 내 생산 확대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새 식구를 맞아들이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기전자(-0.9%), 자동차(-1.6%), 기계·금속·조선(-1.3%) 등 대부분의 대표 수출산업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일 전망이다. 국내 30대 그룹 중 채용 규모를 확대한다는 기업은 4곳에 불과할 정도다.

 박 연구원은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데다 올해부터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고 정년이 연장되는 등 노무 위험(리스크)이 증가한 게 원인”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고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고, 기업은 ‘인력=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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