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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민주주의는 약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뉴요크·타임스」「워싱턴·포스트」「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와 같은 미국의 양식을 대변하는 3대 권위지가 최근 때를 같이해서 서구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곤경을 경고하는 논설을 실었다.
그들이 입을 모아 경고를 울리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은 분명하다.
보수·노동의 어느 정당에도 과반수 의석을 주지 않고 소수파내각을 등장시키고만 영국 총선거의 결과, 「캐나다」「스웨덴」「덴만크」제국의 소수정권, 화난 서독「이스라엘」의 약체연정, 「벨기에」「이탈리아」의 내각 총 사퇴, 일본의 취약정비, 개각후에도 여전히 고난을 겪고 있는 「프랑스」정부,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의 권위주의적 통치, 그리고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미국행정부의 위신에 이르기까지 관연 오늘날 서방제국가운데서 정정의 불안과 의회주의의 시련을 겪고 있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주의의 시련이란 어제오늘에 비롯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취약점에 대한 경고가 있기는 민주주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고 조차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곤경이란 조금도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지금 서방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정태는 민주주의의 취약점이 동시적·보편적으로 미만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민주주의의 병폐는 그래서 개별적·국부적인 것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데에 뿌리를 박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이 제기됨직도 하다.
이같은 비관논의 진원은 대체로 세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에너지」·식량 등 자원문제 및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경제적 위기이며, 둘째는 기존 정당들에 대한 환멸이 가져온 신뢰의 동요요, 세째는 강력한 「리더쉽」의 결여에서 오는 정치적 불안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전망은 이와같은 제 위기가 결국 극복될 수 있는 일시적·일과적인 것이냐, 아니면 치유불능의 본질적인 것이냐 하는 데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에너지」자원의 문제건, 기존정당에 대한 불신의 문제건, 혹은 「리더쉽」의 결핍의 문제건, 그 어느 것도 서방민주주의만이 안고 있는 병폐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정치체제의 「동」과 「서」, 경제발전 단계의 「남」과 「북」을 초월해서 현대세계와 현대사회가 다같이 직면하고있는 「글로벌」(범세계적) 한 차원의 문제라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기는 서방민주주의에 고유한 것이라기보다 현대의 세계와 인류가 다같이 극복해야할 20세기 4후반기의 공통된 과제라 할 수 있다.
독재체제나 권위주의적 체제가 문제의 소재와 그 심각성을 은폐하고 있는데 반해서 서방민주주의체제는 그를 공개하고 노출시킨다는 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의약점인지 강점인지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체제의 차이를 초월해서 난국이 편재하고, 문제가 공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질서만의 무력화를 뜻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오, 도리어 이 기회야말로 민주주의가 다른 정치체제와의 경쟁을 통해서 그 우위를 입증해야할 때라고 할 것이다.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오, 이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다. 온갖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야말로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현실적이며 이상적인 생활질서라는 신조를 상기하면서 새로운 시련에 도전하는 서구민주주의제국의 대응을 우정있게 주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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