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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 인하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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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치 사막에 빗방울이라도 돋는 것 같다. 미국 「워싱턴」관변에서 떠도는 소문이 그 같은 관심을 자아내게 한 것이다. 「아랍」산유국의 석유값이 중동전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 갈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소문이지만 최근의 중동정세는 능히 그런 추측을 낳을 만도 하다.
그럼 세계의 공기는 어떻게 달라질까. 성급한 수다를 떠는 것도 같지만, 그런 자위가 나쁠 것이 없다. 행여 『싸구려 석유시대』의 재개를 염원하며 잠시 지난날의 악몽을 되새겨 본다.
이른바 세계의 석유파동은 구구하게 말도 많았다. 그러나 구구한 억측속에서 밝혀진 진상은 의외의 것이었다. 우선 73년12월15일자 「런던」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렇게 단정한 일이 있었다. 『석유위기는 「메이저」의 각본이다』. 「메이저」라면 세계석유시장의 판도를 쥐고 있는 대 자본들을 두고 말한다. 역시 지난 정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도 비슷한 보도를 했었다.
WP지에 따르면 미국의 「엑슨」·「모빌」·「스탠더드·오일」(캘리포니아)·「텍사코」등 4대 회사가 출자한 「아람코」(「사우디아라비아」에 있음) 석유의 극비문서가 있었다. 그것은 석유공시가 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그 골자는 「아랍」측의 경영참가를 늦추고, 산유국의 수입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산유국의 경영참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73년1월l일부터 산유국 측에서 25%의 자본참가를 하고 생산원유의 2.5%를 역시 산유국 정부가 인수하게 되어있다.
한편 DD원유 (산유국이 직접 판매하는 원유)를 늘려감에 따라 81년까지 51%의 경영참가를 실현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극비문서에 의하면 DD원유는 91년에나 가서야 51%가 되도록 협약이 되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석유상은 그 점이 불만이었다. 「메이저」에 대해 DD원유의 증량과 자본참가비율의 확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배경은 산유국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공시가를 인상하게 만들고, 「이란」·「이라크」가 국유화조치를 선언하게 했으며, 「페르샤」만 제국은 경영참가의 촉진을 부르짖게 되었다. 「메이저」측엔 그럴 수 없는 타격이며, 또 지위의 약화를 가져왔다. 산유국은 한번도 아니고 번번이 공시가를 인상, 또 인상함으로써 「메이저」는 거듭 무시당했다.
결국 석유가격결정의 「메커니즘」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OPEC (석유수출국기구)는 소비국과 산유국 양측의 협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맹 제국과의 협의를 통하는 것으로 그 「메커니즘」을 바꾸어가고 있다.
그것은 「메이저」의 부당이득을 배제하고, 산유국과 소비국 사이의 관계를 밀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아랍」산유국이 원유가 인하를 생각한다면 드디어 「메이저」에 대한 그들의 정치적·경제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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