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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따이한의 인술을 월남 땅에 심는다|영원한 우정의 상징 한-월 의료원 개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2년 착공 11억5천만 원 들여>
「따이한」의 젊은 피가 뿌려진 전후 월남 땅에「따이한」인술의 새 횃불이 올려졌다. 맹호와 청룡의 깃발이 펄럭이던 그 십자성 하늘아래 이번엔「휴매니티」의 십자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2일 전쟁의 상채기로 얼룩진「사이공」에선 정부대표 고재필 보사부장관과 유양수 대사· 「티우」월남대통령 등 양국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촐론」지구에 세워진 한-월 의료원의 개원 식을 가졌다.
한-월 의료원은 69년5월 방한한「티우」대통령을 맞아 박정희 대통령이 두 나라의「우정의 상징」으로 건립을 약속해 이뤄진 전후 지원사업의 하나.
종전 전인 72년 1월 착공, 2백85만「달러」(약 11억5천만 원)를 들여 이태 동안의 공사(시공 대림산업)끝에 작년 말 준공, 월남정부에 정식 기증한 뒤 마지막 채비를 끝내고 이날 개원 식을 가진 것이다.

<병상 2백50개, 연 8만명 치료>
6층 건물인 이 의료원은 2백50병상으로 서울「메디컬·센터」「메인·빌딩」정도의 아담한 규모. 의료원이 들어선 장소는 바로 프랑스 식민지 직후에 세워진 고색 창연한 월남 최고 조광 병원 자리여서 우리가 지은 백색 현대식 건물과 뾰족탑의 구 병동이 야자수 그늘 사이로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
건물밖에 복도를 내고 구멍 벽을 씌운 외곽과 개폐식「베니션 블라인드」등 차양 및 통풍의 배려도 이색적인 구조다.
연간 치료능력은 입원환자 약 8만명, 외래 약 24만 명. 월남 최대 사이공「메디컬·센터」 5백 병상에 이은 중급 종합병원이다.
월남 군이 힘의 지원이라면 의료원은「휴매니티」의 지원. 이날 개원 식을 가진 의료원은 전쟁과 전후로 이어지는 한-월 두 나라의 평화와 인류애의 축복으로 넘쳤다.

<유리창은 스크린 식, 시설 훌륭>
고재필 보사부장관은 이날의 식전에서『한-월 양국은 우연하게도 다같이 긴 세월동안 비슷한 역사와 시련을 갖고 있었다』고 전제하고『「우정의 상징」으로 세워진 의료원이 월남의 교육병원이자 월남국민의 보건향상에 이바지하는 종합병원의 구실을 다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고 장관은 식사에서『6·25 때 우리가「스칸디나비아」3국 등 여러 우방의 조건 없는 인류애 덕분으로 어려운 때를 넘겼다』고 되새기고『우리도 조건 없는 인류애를 남국 땅에 갚는다』며 의료원이「우정의 상징」으로 길이 빛나주길 기원했다.
유대사도『오랜 우정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영원한 협동의「심벌」이 될 것』이라고 치사했다.
의료원은 이날「티우」대통령과 고재필 장관에 의해『월남국민의 복지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건립, 기증한다』고 현관 입구에 우리 글과 월남어로 부각된 현판을 제막하고 환자들을 받기 시작했다. 병원의 국기게양대엔 태극기와 월남국기가 나란히 내 걸려져 남국의 하늘에 펄럭이었다.

<내과 등 13과…최신의 의료장비>
병원의 진료과목은 일반내과·일반외과·소아과 등 13개 과를 갖추었고, 수술실·X「레이」시설·임상병리 시설 등 모든 의료장비(「유세이드」지원 60만「달러」어치)또한 선발 의료단(단장 유회성 국립의료원 흉곽내과과장)에 의해 곳곳에 들여놓아졌다.
또 한-월 의료원은 응급·산모·소아전문병원 등 의료기관이 전문과목별로 독립운영 되고 있는 현지의 의료체제(프랑스식)와 달리 명실상부한 종합병원체제여서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한국의료 솜씨는 일찍이 67년부터의 민간의료사절과 파월 군의관들에 의해 널리 알려져 온 것.
『까몬, 박시』(박사님 고맙습니다) 감사를 표하며「파파야」등 과일을 사 들 고와 한국 의사들을 따르던 그 월남인들을 맞으며 새로 간 의료사절단 (단장 안병동 전 국립의료원장)은 새삼 사명감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한국의사 10명·간호원도 7명>
현재 파견된 의료사절단은 안 단장을 비롯, 서병태 국립의료원 마취과장, 김부성「카톨릭」의대 조교수(내과)등 조교수 급 이상「닥터」10명과 간호원 7명, 관리관 2명, 기사 2명 등 21명. 미국정형외과 교과서 집필진인 안 단장을 비롯, 모두 유수한「스탭」으로 짜여져 있으며 앞으로 3년간 월남의료진과 함께 진료에 전 책임을 지고 일한다.
월남에는「비엔호아」에 호주병원과「다낭」에 서독병원이 세워져 있다. 한-월 의료원은 월남정부에서 운영비를 부담, 거의 무료로 진료활동을 벌이는 한편, 교육병원으로도 활용하게 되며 파견된 의료사절단은 우리정부에서 봉급을 받으며 무료 봉사한다.
병원은 한-월 의료원 운영 및 건립에 관한 약정에 의해 운영 위원회와 자문위원회의 이원조직을 갖고 운영된다.
운영위는 월남인 6명, 한국사절단원 2명으로 구성. 진료기본방침·수지예산서·사업계획서수립 등 원무일체를 맡고 자문위는 우리측 각과 고문관과 월남인 과장 등으로 구성 ,진료업무를 토의·결정하게 돼 있다. 【글=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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