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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태극전사 된 캐나다 아이스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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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1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마이클 스위프트(왼쪽), 브라이언 영이 국적증을 내보이며 웃고 있다. 이들은 곧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사진 하이원]
스위프트(左), 영(右)

캐나다는 아이스하키의 종주국이다. 그런데 캐나다 국적의 아이스하키 선수 2명이 21일 한국인으로 거듭났다. ‘태극 마크를 달고 평창 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뛰겠다’는 포부를 안고 특별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면서다.

주인공은 국내 실업 아이스하키팀 ‘하이원’에서 활약 중인 브라이언 영(28)과 마이클 스위프트(27)다. 영은 아이스하키계의 메이저리그라 할 수 있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17경기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선수다. 스위프트 역시 아시아하키리그(AHL) 최고의 ‘골잡이’다. 법무부는 이날 국적심의위원회를 열어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두 선수에 대한 특별귀화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한국 국적 취득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이라는 국내 아이스하키계의 염원과 두 사람의 개인적 희망의 합작품이다. 올림픽 종목 대부분은 개최국에 자동 출전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아이스하키는 다르다. 세계랭킹 등을 기준으로 12개 팀에 출전권이 주어진다. 국내 아이스하키계가 평창 겨울올림픽 때 자칫 안방에서 다른 나라의 들러리를 서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자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세계랭킹 18위 안에 들면 출전권을 주겠다”는 거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세계랭킹 25위. 아이스하키계는 특단의 조치로 캐나다 선수 영입 작전에 나섰다.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12월 영과 스위프트를 특별귀화 대상으로 법무부에 추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들이 합류하면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의 경기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4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두 선수의 꿈과도 맞아떨어졌다. 이들은 “한국인이 된 게 꿈만 같다”며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가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은 지난해 초 대한체육회의 특별귀화 추천 대상에 들지 못했으나 이번에 재도전해 추천을 받았다. 그만큼 한국인이 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생활한다는 영은 “한국 사람, 음식 등 모든 게 좋다. 아내 역시 한국을 사랑해 내가 귀화 신청을 할 때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돼 줬다”고 말했다. 미혼인 스위프트는 “캐나다에 사는 어머니가 2년 전 한국을 다녀간 뒤 한국에 푹 빠져 있고, 최근 다시 방한해 내 경기를 지켜봤다”며 “이제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귈 차례”라며 웃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캐나다 출신으로 첫 한국인이 된 브락 라던스키(30·한라)의 후배다. 라던스키는 같은 해 4월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리가 목표로 한 2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수인재 특별귀화 제도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는 모두 46명이다. 아이스하키 선수 3명 외 문태종·문태영 등 농구 선수 3명, 베트남 출신 음악 영재 등이다.

이가영 기자

◆ 특별귀화=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해 우리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될 경우 특별히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 일반귀화와 달리 기존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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