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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산업혁명」으로 인류구제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의 세계적인 역사학자·사상가인 「아놀드 토인비」교수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 그리고 자원고갈과 유류난등으로 파탄에 직면한 산업사회의 위기를 인류사적인 측면에서 분석 비판했다. 「업저버」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토인비」교수는 현대사회를 「탐욕스러운 사회」, 현대인을 「상인」으로 규정짓고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주장했다. 물질적인 소득이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되어있는 지금, 선진국은 경제성장위주의 산업화를 중단해야 하며 개발도상국도 경제적 부만을 지향하는 공업화계획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탈산업사회를 향한 노력은 현대인의 윤리관의 변혁에 의해 먼저 정신적·사회적 혁명을 이루어야만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토인비」교수의 논문을 요약해본다.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의 특징의 하나는 「탐욕스러운 사회」라는 점이다. 물론 모든 생물은 「아메바」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해 「본능적」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그들의 욕망을 인식하고 그것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안다는 점, 물질적인 것외에도 지적 호기심의 충족, 명예욕·예술·종교·학문등 정신적인 욕구를 가지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반물질적인 욕구가 인간의 욕망을 적절히 제어해 온 것이 산업화이전의 사회였다.
산업혁명 이후로 이러한 절제는 쇠퇴되었다.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에 의한 노동력의 절감간보다도 이러한 윤리면에서의 퇴보에 더 큰 의의가 있다.
따라서 현대인은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오히려 바람직하며 사회에도 이익이 된다고 여기게 되었고 이러한 「독트린」에 의한 무제한의 탐욕이 선진국일수록 사회심리적 추진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그런 이론의 허구성은 곧 드러났다. 「사회에의 기여」라는 위장아래 사람들은 이기적 물질추구에 여념이 없는 「상인」 이 된 것이다. 사회는 고사하고 자신의 인간적인 면까지 희생하면서 온갖 수단으로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인기질」이 철학으로 되었다.
성공적인 「생」이란 손에 넣은 이익의 (GNP) 크기로만 추정된다.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 자기 지위의 영향력을 사정없이 이용하려고 한다. 이 상인기질은 개인뿐만 아니라 점차 조직화된 집단적 이익추구의 양상을 갖게 되어 영국에서는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세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현재 국제사회가 처해있는 곤경의 근본은 바로 그와같은 윤리적 비리로부터 발생했다. 산업사회의 성원의 대개는 공장근로자나 사무원이다. 그런 직업은 권태롭고 불만스러운 일이므로 유일한 보람은 물질적인 보수밖에 없다. 그 결과 남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벌려는 경쟁이 사회의 고질병으로 된다.
초기에는 그런것이 선진국의 국내문제로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덜 개발된 국가로 하여금 거의 자살에 가까운 「빚내쓰기게임」을 조장하고 있으며 소수선진국의 부는 다수저개발국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인구의 경우 6%인 미국민이 세계자원의 33%를 소비해왔으며 공업화로 소모된 이 자원은 대개 한계가 있고 회복될 수 없는 것들이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도 선진국의 상인기질의 묘를 터득하여 경제적 냉전시대가 도래했다. 생산에만 급급하여 자국의 석탄 대신 수입원유에 의존하게 된 미국·유럽·일본등과 중동 산유국의 대결이 전세계를 경제적 위기에 몰아넣었다.
그 배후에는 물론 최고의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들이 도사리고 있다.
다음에 올 것은 무엇일까? 세계각국의 경제적·정치적 세력균형의 역전과 같은 피상적인 결과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산업화에 의한 정신적·물질적 황폐에 따라 오염되고 훼손된 자연은 인류의 배신에 대해 철저한 보복을 가해올 것이다.
그러한 인류의 파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전에 성장률위주의 산업화를 중지하고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급한것은 인간정신의 혁명에 의한 탈산업혁명을 위해 전 인류가 노력하는 일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본지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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