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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서 폭발적 인기…「루이·말르」감독의 새 영화『라콩브·루시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나는 관객들로부터 원하는 것은「쇼크」가 아니라 정신적인 혼란이다』- 3년만에『라콩브·루시엥』이란 영화를 만들어내 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프랑스」의 영화감독「루이·말르」의 한마디는 괴상하기 짝이 없다. 지난 1월25일 밤「프랑스」국립영화「센터」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가 끝났을 때 정말 2시간30분 짜리 이 영화는 10분도 안되게 짧다고 느낄 만큼 감동을 주었다.
이미『사형대의「엘리베이터」와『연인들』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안겨준 그는 이번에 지난 3년 동안 6번째의 작품을 내놓아『정말 이것이야말로 누구도 만들지 못할 진짜 영화』라는 영화비평계의 극찬을 받았다. 지난 30일부터「파리」의 10개 개봉관에서 동시에 상영되고 있는 이 영화는 유명배우를 등장시키지 않고「스페인」에 가까운「피레」산맥지역「툴르즈」를 중심으로 장기 현지「로케」한 것으로 극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라콩브·루시엥』은 이 영화의 남 주인공의 이름으로「피에르·블레즈」라는 무명청년이 맡고 있다. 그는 17세의 짧은 인생을 살고 총살당한 비운의 청년-. 어릴 때부터 하인의 아들로 자라나 그 자신이 하인의 신세가 되어 마을사람들은 그를 결코 인간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운명을 개척하고 지배하려는 인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신의 섭리에 순종하는 양 같은 존재』이며 황소같이 일만 하기로 운명지어진 인간이었다.
때는 연합군이「노르망디」에 상륙한 직후인 1944년 6월 그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독일비밀경찰의 끄나풀이 되며 역시 이 우연의 연속으로 한「유대」인 소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군의 하수인이 된 것은 전혀 그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었으며 다만 그에게 주어진 하나의 운명이었고 그의 천성에 따라 순종했을 따름이었다.
역사가 규탄하는 진영에 서게 된 그는 어떻게 보면 빈한한 자가 부자에 대한, 겸손이 오만에 대한 사연으로 인해 정당화될 수도 있는 것이었으며「유대」소녀와의 사랑의 발견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하나의「에피스드」는 이 마을이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는 날로 끝나며 그는「레지스탕스」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무엇보다도「말르」는「리얼리즘」이 정말 어떤 것인가 라는 예술적 과제에 해답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 앞에선 한 개인의 초상은 상황에 의해 어떤 한 입장에 참여되어 그 상황에서 독립할 수 없다는「상식적」인「테마」. 그러나 그는 역사적인 사실을 정말 기묘한 방법으로, 재빠른「터치」로 처리하면서 한시대의 역사적·지리적 상황을 재현시킨 것이다. 그 시대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 「모드」습관 머리「스타일」등등 모두가 그 시대를 대변해주고 있는 가운데 그 시대의 인간들이 추구하려 했던 진리를 규명해 나가고 있다.
「말르」는 이 시대적 상황에 대해 해부하면서『나의 인물은 2차 전전「이탈리아」에서도. 오늘날 남미나 월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프랑스」에서는「알제리」전쟁 시기에 많이 존재할 수 있었다. 내가 이번 작품을 구상한 것은 자기생각에 반해 정보장교가 된 후 포로를 고문했다는 자백을 나에게 한 한 청년을 만났을 때였다. 1971년「멕시코」에서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한 경찰제도가 창설되었을 때 좀 더 나는 이 작품을 구체화하고 제작에 착수한 계기를 마련했다. 「알제리」전쟁 때「프랑스」군 장교, 「멕시코」의 경찰, 그리고 남미의 비밀경찰도「프랑스」서남쪽의 한 농부였던「라콩브·루시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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