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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뛰어야 우리가 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71년 7월「브라질」의 대표선수에서 은퇴한 축구 황제「펠레」를 둘러싸고「브라질」축구협회서는 6월의「뮌헨·월드·컵」대회에 다시 출전 해야한다고 하는가 하면「펠레」자신은 복귀를 종용하는 이면이 아리송하다고 맞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33세가 된「펠레」는 지난 1월에 「산토스」대학의 체육과를 졸업한 어엿한 이학사. 오는 10월「산토스·팀」과의 재계약을 앞두고 그는 더 이상 선수로 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많은 사업을 경영하면서 평생의 소원이기도 한 불우 소년들의 축구지도자가 될 것인지를 곰곰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때에 느닷없이 그에게는 「브라질」축구협회의 이름으로 대표선수에 복귀해 달라는 요청이 날아들었다.
현재「브라질」대표「팀」은 70년「멕시코·필드·컵」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의 선수 중「펠레」이외에도 명수인「센터·포워드」인 「토스타오」와 중반의 명수인「리벨리노」가 은퇴, 약화된 상태여서 연승의 기대를 꿈꾸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어느 나라의 협회도 마찬가지지만 축구의 광적 국가인「브라질」은 기대에 어긋나 우승을 못하게 될 경우 온 국내가 발칵 뒤집혀 협회 임원진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죄인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더구나「펠레」같이 아직도 뛸 수 있는 선수를 포섭치 않고 패배했을 때는 그 힐책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여건 때문에「브라질」협회는 책임전가를 위해서도「펠레」를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데 여기에 곁들여 이번「뮌헨·월드·컵」때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에 입후보하는「아벨란제」씨가 득표공작을 노려「펠레」를 복귀 시키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회장「스탠리·라우스」향에게 도전, 강력한 회장 후보가 되고 있는「아벨란제」씨는「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지서는 어느 정도 푯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서구지역은 그에게 있어서 취약지구. 따라서 이 지역에 침투하려면 축구의 우상 같은「펠레」를 앞세워야만 승산이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펠레」도 앞뒤를 가리고 계산도 할 줄 아는 입장. 국민들의 여론이라면 자신은 없지만 뛸 수도 있다는 태도인데 자기를 이용하려는 복선이 너무도 뻔히 들여다보이니까 현재까지는 혐오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상태로 강요만을 한다면 자기는 오는 10월「산토스·컵」과의 재계약도 아예 집어치우고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과연「펠레」가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아주 선수생활마저 은퇴할 것인지는「뮌헨·월드·컵」에서 어느 나라가 우승할 것인가를 점치는 것인 만큼 흥미 있는 일이다.<윤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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