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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혈당 관리가 중요 … 건강기능식품은 삼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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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다. 식생활과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약 400만 명이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다.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0만 명으로 늘어난다. 중앙일보 건강릴레이 두 번째 주제는 당뇨병이다. 지난 8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사진) 교수를 만나 당뇨병환자 혈당관리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당뇨병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조 교수는 “초기에 혈당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평균 연령보다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은데도 빠르게 악화돼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있다.

현미·누에·돼지감자·여주 같이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으로 혈당을 조절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약효를 보겠다며 계속 먹으면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몸이 감당해야 할 칼로리가 늘면서 혈당이 치솟는다.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다. 홍삼 드링크에는 쓴맛을 숨기기 위해 당분을 첨가한다. 몸에 좋다고 먹으면 오히려 당뇨병이 심해질 수 있다. 조 교수는 “음식은 약보다 혈당조절 효과가 떨어진다”며“당뇨병 환자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섭다. 혈당이 높은 혈액은 온몸 곳곳을 돌면서 혈관을 갉아먹고 망가뜨린다. 당뇨병을 방치하면 혈관덩어리인 콩팥이 망가진다. 만성신부전 상태가 되면 일주일에 세 차례씩 투석을 받아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가장 예민한 혈관이 있는 망막에 당뇨병이 침투하면 실명을 유발한다. 혈관 손상도 일으킨다. 발 끝에 있는 미세혈관이 망가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이 썩는다.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한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우선 식사·운동요법을 철저히 실천한다. 식사량을 조절해 혈당이 높아지는 것을 막고 운동을 꾸준히 한다.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 조절을 돕는다. 매일 아침 혈당을 점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스로 혈당 조절을 다짐할 수 있어서다.

약물 치료도 잘 따른다. 당뇨병 약은 혈당조절 능력을 높이거나 췌장 베타세포를 자극해 부족한 인슐린을 보충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꾸준히 약을 잘 먹느냐다. 201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약 복용 첫 해 얼마나 제대로 복용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1년 동안 80% 이상 약을 챙겨먹은 환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그 다음해부터는 15%로 떨어졌다. 대부분 단순히 약 복용 시점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조 교수는 “초기 혈당관리에 실패하면 약 개수와 복용 횟수가 늘어 복약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거의 다 사용한 치약은 아무리 세게 짜도 잘 나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혈당이 높아지면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입원율·사망률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약 복용을 자주 잊는다면 주치의와 상담한다. 조 교수는 “의사는 환자가 약을 잘 먹는다고 생각한다”며 “상태가 나빠지면 약 복용 횟수나 개수를 늘려 혈당을 낮추려고 한다. 결국 필요없는 약을 추가로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요즘엔 하루 1번씩 복용하도록 편의성을 높인 약도 나왔다. 두 종류의 당뇨병약을 섞고, 몸속에서 천천히 흡수하도록 구성했다. 복약 회수·약 개수를 줄인 복합 서방형 제형이다. 조 교수는 “아무리 좋은 약도 먹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며 “약을 철저히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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