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자의 인권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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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는 즉심 제도를 개선하고 경찰의 보안·교통·조사 업무를 서민생활의 보호와 봉사위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경찰서 보호제도를 개선하여 신원 확실한 사람은 출두선만 주어 귀가시키기로 한 것도 포함돼 있다. 이제까지의 경찰보호 제도의 하나의 혁신이다.
그동안 경찰은 신원이 확실할 뿐만 아니라, 주거를 확인한 사람에 대하여서도 통금위반 등 행정법규 위반을 이유로 경찰 보호실에 유치한 뒤 그 다음날의 직결심판에 회부해 왔다.
이러한 제도는 경찰보호실의 시설 빈약 때문에 피보호자의 인권 유린이 심했으며 2, 3천원의 벌과금에 처해질 직결심판을 받기 위하여 20시간 가량이나 기다려야 하였다. 작년 여름 섭씨 30도의 무더위 속에서 20여 시간이나 보호실에서 갇혀 있던 경범피의자의 즉결심판에서 한 법관이 선고배상 판결을 한 것을 계기로 즉심 제도와 보호제도의 취약점이 노정되어 경찰서 보호제도와 즉결심판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게 요청되었다.
경찰의 이러한 보호 조치는 불필요한 인권침해이었고, 속칭 5초 재판이라고 불리는 즉결심판을 받기 위하여 20여 시간이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부당하다고 하여 오래 전부터 그 개선방안이 논의되었던 것이다.
이번 치안국의 조심제도 개선은 불필요한 보호조치를 면할 수 있는 점에서 경찰에도 유익하며, 즉심 대상자로서도 20여 시간이나 기다리지 않고 일단 귀가했다가 지정된 시일에 즉심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세 상인들이나 서민대중으로서는 야간작업까지 하다보면 통금 시간이 지나기 일쑤인 것이다. 그래서 치안국은 야간에 생업을 영위하는 영세민들에게도 야간통행증을 발급하여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까지 내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간통행증이 없는 사람도 가능하면 빨리 신원을 확인하여 즉심 출두서를 떼어 귀가 조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즉심심판 회부 절차의 개선으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입을 것이나 ①신원 및 신원 증명인이 확실하지 않은 피의자 ②상습 또는 악의적인 사건 ③음주 만취하여 타인에게 주정·소란·공무집행 방해를 한 자 등은 옛날과 같이 보호실에서 보호할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즉시 귀가 조치자와 보호 대상자의 분류 결정은 파출소장이 하게 되기 때문에 지·파출소장의 책임이 매우 중하다고 하겠다.
만약에 파출소장이 이 권한을 편파적으로 운용하여 당연히 즉시 귀가시켜야할 자를 보호하거나, 반대로 보호 대상자를 귀가시키는 경우, 많은 물의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 결정이 행여나 정실이나 금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면, 파출소장의 위신뿐만 아니라 정부의 공신력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므로 감동관청은 철저한 행정감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보호조치는 사실상에 있어서는 1일 구류 조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권한은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것이요, 치안국의 지시처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즉시 귀가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 주기 바란다.
새로운 보호제도와 즉심 제도의 개선이 실효를 거두어 명랑한 사회기풍이 조성되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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