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광란에 무방비…대규모 공단화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윤성 방적 화재는 중화학공업시대와 더불어 대규모공단의 확산 화재의 위험성을 드러내 새로운 방화상의 문제점을 내고 있다. 구미 공단은 공단부지가 3백20만평으로 우리나라 최대규모.
이 공단에는 현재한국「폴리에스터」등 10여개의 석유화학 계열 및 방적계 공장들이 이미 들어 서있다.
그런데도 아직 소방서 l개가 없고 고압「펌프」차 2대뿐이었고 소방요원도 미 숙련의 의용 소방대원만 있었다.
불이 나자 46㎞떨어진 대구에서 소방차 3대가 30분 걸려 달려왔고 21㎞떨어진 김천 소방서에서 소방차가 동원됐다.
치안국은 작년 이곳에 소방서 신설을 건의했으나 읍 소재지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의 구로 공단은 시 소재지여서 별도의 소방서가 없어도 바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구미 공단은 다른 여건에 놓여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당국이 공장유치에만 역점을 두어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들 공장에 준공허가를 해주었다는 것.
또 각 공장은 전 공원이 민방공·소방훈련을 받아 유사시엔 소방원이 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도 이날 화재 때 비상「벨」이 울리고 소화기 등 소방기구가 있었지만 뿔뿔이 달아났다는 것이다.
불이 난 공장 안에는 발화지점인 혼타면실·집진실·소면부·「코머」부·연조부·조방·정방·「와인더」·제품처리창고 등 8개 큰 작업장이 잇달아 있었지만 방화벽이 없었다.
또 이들 기업체가 항상 많은 공업용 유류를 저장해 두고 있는데도 공단 안에는 화학용 진화소방차가 한 대도 없다. 그리고 구미 공단 급수는 낙동강 물을 전력으로 끌어들이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모든 동력선을 차단하는 바람에 급수용 발전이 중단돼 방화수마저 조달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또 최근 급격히 상승하는 국제시세에 따라 35억원 어치의 인화성이 높은 원면을 방화대책이 없는 공장 안에 비축해 두었다는 것은 피해를 크게 한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