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존중 앞서야 할 한·일관계|신임 주일대사 김영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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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임 김영선 주일대사의 한·일 관계를 보는 눈은 1천4백여년의 긴 관계라는 역사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었다.
『1천4백년을 넘는 한·일관계는 간혹 불행한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선인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역사나 현 국제정세로 보아 두 나라는 상호협력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그러한 협력은 상호의 입장을 이해 존중하고 상대방을 외국으로서 존중하는데 토대를 두어야한다고 김대사는 강조했다.
그의 한·일 관계에 대한 평소 지론은 미·영 관계와 같은「패턴」을 가져야 한다는 것.
역사적으로 문화·기술의 전승, 인사의 교류과정에서 유사성을 지닌 한·일, 미·영의 두「패턴」은 현재의 국민관계나 경제·사회· 문화·안보 등 제반 협력관계에서도 이루어져야 이상적이란 얘기다.
주일대사로서 이런「패턴」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는 김대사는 합리적으로 인접국간의 관계를「미·가관계」「독·벨기에관계」「미·영관계」로 분류할 때 미·영의「패턴」이야말로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본이나 우리나 국토와 자원은 적고 인구는 많으니 무역입국을 해야합니다. 그러므로 자유무역 체제의 확립강화와 경제건설을 위한 협력은 상호이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일간의 경협이 오는 것 뿐이고 주는게 없다는 오해가 있으나 한국이 발전할 때 일본과 더 많은 교역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서로 이롭다는 얘기였다.
요즘 머리를 드는 대일 경제예속 의구에 대해『외자 도입과정에서 전혀 결함이 없었다고는 보지 않으나 경제건설을 위한 자금이 모자랄 때 남의 돈을 비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로 예속 운운할 문제는 못 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국가이익이 자유무역체제 확산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논리적 귀결로 일·북한의 경제적 관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낙관론을 폈다.
『한·일간의 국민 감정이 순조롭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정부간 협력의 바탕이 되는 국민문의 관계순화에 힘쓸 생각입니다.』 김대중씨 사건, 요즘 일본 언론의 태도 등 구체적 문제에 언급을 피한 김대사는『한·일 관계는 불행한「에피소드」보다 서로 협력해야한다는 긴 안목에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재일교포의 권익신장,「사할린」교포의 송환은 그가 헤아린 역점사업. 그러나 막상 중대한의미를 지닌 한·일간의 안보협력문제에 대해선『우선 일본 헌법상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는 윈칙론에 머물렀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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