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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가난한 농부의 딸「테스」는 순진하고 총명한 처녀였다. 하녀생활을 하던「테스」는 뜻하지도 않게 사생아를 갖게 되었다. 주인에 의해 순결을 더럽힌 것이다. 갓난아기는 해산을 하면서 곧 죽어버렸다. 그 아기는 사생아였기 때문에 밀장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마. 「테스」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다른 고장의 농장에서 젖소를 돌보는 일을 맡는다. 이 때 어느 대학생을 만나 결혼을 하게된나. 「테스」는 진실을 보여 주기 위해 그 남자에게 지난 일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불행을 몰고 온다. 「테스」는 그일로 인해 버림을 받는다.
순진한 소녀의 불행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만 했다. 「테스」는 자산의 순결을 범했던 청년을 죽이고 말았다. 검은 깃발이 펄럭이는 형무소에서 그의 일생은 사형으로 끝났다.
영국작가「토머스·하사」의 소설 『「더버빌노시」의「테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토머스·하디」의 소설이 나온 연대가 산업혁명 이후인 것은 흥미있다. 영국은 당시 조그마한 수공업적 작업장에서 자본주의적인 큰 공장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었다.
이런「테스」의 이야기가 소설 아닌 바로 우리의 현실속에서「클로스업」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최근 어느 사회단체의 경고에 따르면 미혼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어느새 그것은 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던져 주게끔 되었다. 이들 문제의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객지에서 취업생활을 하는 직장소녀들이다. 그들의 취직이라면 여공 혹은 가정부생활을 말한다.
우리의 사회적 배경이 바로「토머스·하디」의 소설이 쓰여지던 연대와 비슷하다.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고, 이곳에선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농어촌의 소녀들이 바로 여기에 흡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자는 약 4백50만명에 이른다. 이중에 여자는 35.2%나 된다. 무려 1백50만명이나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산업사회의「모럴」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후생시설이 영세한 현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기숙사가 없는 경우, 또는 있어도 그것은 다만 숙식소일뿐 『인간생활의 장』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서나 인격을 키우는 장소이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들 여공의 고수실태도 지극히 불안하다. 언제 실업을 할지 모르는 위협이 따른다. 미혼모는 바로 그런 현실의 소산인 것 같다.
한 사회의 발전이란 단순히 공장의 입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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