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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안정을 위한 긴급조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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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대통령은 14일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대통령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대통령은 당면한 경제정책의 중점을 ①국민생활, 특히 서민대중의 생활안정 ②소비 억제와 자원의 절약 ⑨국내자원의 개발과 국제수지의 애로타개에 두고 이번 조치를 내린 것인데, 이는 내외경제 동향으로 보아 시의에 맞는 적절한 조치이다.
이번 대통령의 긴급조치는 내각에 지시한 7개항이 좀더 구체화되어야만 그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앞으로 정책구조가 크게 달라지는 시발점으로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이번 조치는 올해 경제정책목표를「성장위주」에서「조정중심」으로 전환시켰음을 뜻한다. 정책의 중점은 이미 축적되었거나 앞으로 파생될 물가압력을 어떻게 흡수시켜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고 국제수지 애로를 타개할 것이냐 하는 점에 두어질 것이며, 때문에 이는 경제정책이 명분중심에서 현실중심으로 전환하리라는 것을 뜻한다.
둘째, 이번 조치는 서민에게 혜택을 주고 고소득자에 중과함으로써 물가고 속에 심화돼 갈 수밖에 없는 분배구조 괴리를 조세면에서 완화해주는 사회정책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월 급여 5만원미만 근로자의 소득만을 전액 면제함으로써 광산노동자 및 공장노무자의 직세부담을 사실상 완전 면제하였다는 것은 큰 용단이다.
갑근세 납부 의무자의 97%에 이르는 10만원 미만 소득자의 세액을 30% 감액함으로써 이번 조치는 3%의 고소득 근로자를 제의하면 사실상 모든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
또 실질적인 갑근세 인상으로 평가되던 국민복지연금법의 시행을 1년간 보류함으로써 10만원미만 근로자뿐만 아니라 10만원 초과 근로자들도 혜택을 보게되었다. 실질적으로 평가하여 복지연금의 시행보류로 얻는 혜택까지 고려한다면 평균적으로 모든 계층의 근로자가 고루 혜택을 보게 됐다.
반면 그동안 사회적으로 자주 거론되던 고소득층 중과 및 사치성 소비억제 방안 등은 이번 조치로써 거의 모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중산층이상이 즐기는 고급물품·사치적「레저」, 그리고 유흥에 대해서 모두 부과키로 했을뿐만 아니라, 재산세의 차별과 세제강화, 공한지세의 신설 등 조처로 고손득층의 소비벽·투기벽은 크게 제약될 것이다.
세째, 이번 조치는 이른바「스태그플레이션」등의 완층지대라 할 중소기업 및 영세민을 보호하기 위한 불황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3백억원의 특별저리금융, 1백억원의 긴급취로 대책화를 계상한 것은 비록 미흡한 감이 없지 않으나 정책의 방향으로서는 적절한 것이다.
넷째, 이번 조치는 5백억원의 정부예산을 집행 보류함으로써 재정측의 초과수요 창조를 부분적으로 억제했는데, 이는 재정팽창과 그 여파의 민간부문 전가라는 종래의 방식을 탈피하려는 중요한 뜻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재의 모든 여건으로 보아 예산외의 더 많은 집행보류가 소망스러운 것이지만, 이는 물가정세에 따라서 더 조정할 수 있을 것이므로 사태변화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해 주기를 기대한다.
다섯째, 긴급조치는 예금금리의 소폭적인 조정을 예고함으로써 통화환수력 증강을 기하는 한편, 선별금융제를 강화함으로써 생산대금의 안정적인 공급을 꾀하고 있다. 물론 여신금리의 조정이 없는 예금금리의 인상이므로, 금리조정의 실효성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지만, 금리의 상향조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물가정세 여하에 따라서는 여신금리도 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여섯째, 내각에 지시한 국민의 기본생활과 연료문제의 해결, 그리고 자원대체 및 국제수지대책을 위한 관세감면폭 조정 등은 산업정책의 구조변화를 예시한다. 이들 지시사항은 앞으로의 경제체질 개선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깊은 검토가 있어야할 사항이지만, 시급히 구체화되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경제각의가 경제체질 개선방안을 얼마나 높은 안목에서 현실에 맞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냐에 따라서 긴급조치의 실효성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일곱째, 긴급조치의 모든 효과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하는 관건은 내각이 마련할 종합물가 대책이라고 평가된다. 내각이 물가안정책을 과학적이고도 현실적인 기초위에서 마련하여 소기한 물가안정을 실현시킬 수 있다면, 긴급조치가 추구하는 뜻이 살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땐, 긴급조치의 효과는 결국 상실되고 말 것임을 내각은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각은 우선 물가상승의 상한선을 산출해야 할 것이며, 그 상한선을 실현시키는 수단을 정책논리에 부합토록 도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제경제 동향이 아직도 유동적인 것이므로 물가상승의 상한선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목표없는 종합물가 대책을 마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우기 민간기업은 물가상승율을 전제로 경영방침을 조정하는 것이며 일반 소비자도 생활설계를 꾸며 나가는 것임을 고려할 때, 경제주체의 행동기준을 정부가 제시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특히 중요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이번 긴급조치는 성격상 시한부의 조치이지만, 그에 내재된 정책의 근본정신은 앞으로도 살려나가야 할 좋은 점이 많은 것이므로 이를 살려 나가도록 제도화해 줄 것을 기대한다.
세법체계의 개혁, 분배정책의 전진적 자세, 산업정책의 내포적 전환 등 좋은 점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성장과 사회적 갈등이라는 소망스럽지 않은 부작용을 배제시켜 국민적「에너지」를 동원하는데 기여 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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