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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인 사로잡은 TV기록영화 봄에 일어난 17가지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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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대 보기 드문 12월의 이상한파 속에 전국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인기영화 한편이 소련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제2차 대전 종반기에 관련된 사건을「픽션」화 한「다큐멘터리」영화『봄에 일어난 17가지 일』이다. 12회로 나뉘어「러닝·타임」14시간의 이 영화는 TV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살려 성공한 드문 예 중의 하나라고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또 영웅적인 한 소련의「스파이」활동을 묘사한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시청자들은 현재의 소련 고위층이「스탈린」의 과오를 용서한 것으로, 특히 전시 지도자로서의 그의 업적이 찬양되는 것 을 받아들였다.
사실적「스타일」로 일관한 이 영화에서 감독은 신빙성을 고조시키기 위해 간간이「뉴스 」영화의 녹화「필름」을 삽입시켰다. 그러나 전체적 구성은 역사적 사실에 구애되지 않았다.
주인공은「히틀러」의 정치참모부에 잠입한 소련의 고위간첩「스틸리츠」인데, 사실은 당시 소련에 그런 일을 한「스파이」가 없었다.「스토리」는「스틸리츠」가 45년2월「하인리히·히믈러」와「앨런·덜레스」가 독일군에 동부전선의 소련군에게 공격을 가하고 서방군대와는 국지 평화를 유지하도록 묵계 하는 것을 탐지 해내는 일에 얽혀 있는데 이는 역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18개월 전에 완성된 이 영화는 소련당국의, 검열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 중의 하나는 내용이 너무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졌고, 종전과정에서의 미국의 역할이 지나치게 나쁘게 그려졌다는 점이다. 「나치」지도자들의 묘사도 문제가 됐다. 전쟁초기의「나치스」는 사려 깊고 지적이며 자신에 넘쳐 있는 사람들로 그려져 피에 굶주린 범죄자라는 인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스탈린」에 대한 동정적 묘사 또한 논쟁거리가 됐던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지난 8월 TV로 방영됐고 상상이상의 인기를 모았다. 12부가 끝나자마자 찬사가 쇄도했고 재방영 요청이 빗발치듯 몰려와 거절할 수 없을 정도가 됐던 것이다.
삐삐하는 전파소리와 함께 일부「나치」지도자가 서방연합군과의 국지평화조약을 맺으려는 음모를 알리는 단파가 이 영화의 서두를 장식한다. 이 일에 깊숙이 관여했던「스틸리츠」는 마지막에 가서「히틀러」를 배신하고「스탈린」을 통해「덜레스」의 활동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루스벨트」에게 국지평화계획을 알리게 된다.
이런「해피·엔딩」에 이르기까지 이 고급「스파이」는 아슬아슬한 사경을 몇 번이고 넘기게 된다. 「스틸리츠」역을 맡은「비아체슬라프·티코노트」는 소련인 들로부터 완전히 비「러시아」적이고 고상하다는 평을 받는 독특한「스타일」의 배우이다. <워싱턴·포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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