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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근면·자조·협동으로 다진「새마을」3년 소득증대로 살찌는 우리살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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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면·자조·협동」의 기치아래 전국의 곳곳에서 새마을 운동이 메아리진지 3년. 산이 깎여 밭이 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직선대로가 되고 수백년래의 초가지붕들이 산뜻한 기와집·「슬레이트」집으로 탈바꿈하는 등 방방곡곡이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외양의 변화에 못지 않게 이 운동은 곧 농촌이나 도시가 더 잘 살수 있는 지름길이란 데 더욱 참뜻이 있다 했다.
생활환경을 개선해 줄 뿐 아니라 주민소득과 직결. 『새마을 운동이 있는 곳에 소득증대가 있고 소득증대는 우리의 살림을 늘리고 살찌게 한다』는 것-.
협동으로 자립마을이 된 전남 해남군 삼산면 신흥리 신흥부락, 부산시 동래구 반송동, 지붕개량의 모범이 된 경북 울진군 기성면 기성리 등 3개 새마을을 「르포」로 소개해 본다.

<논 사들이는 마을로 변모>전남 해남군 삼산면 신흥부락
【해남=남상찬 기자】영하3도. 남촌에도 엄동이 밀려 고드름이 발을 엮었는데 내일을 심는 의지들은 추위도 잊고 있다. 삽을 멘 주민들이 마무리경지정리작업장으로 나간다. 해남군 삼산면 신흥부락. 해남읍에서 명승고찰 대흥사 쪽으로 5㎞쯤 가다 왼쪽으로 1㎞쯤 들어간 곳에 있는 산비탈마을이다.
해발 1백m∼2백m의 마루턱에서 수도물이 쏟아지고 산꼭대기까지 탄탄대로가 뻗어 있다. 그 속에 띄엄띄엄 들어선 붉고 푸른 지붕들. 마을 사람들은 남들이 잠잘 때 먼저 깨어 있었고 남들이 새마을운동을 할 때 그 결실을 거두면서 쉼 없이 일을 한다.
마을지도자 윤병하씨(35·「협동장」수상자)의 지도로 69년부터 마을 안길 확장공사로 산꼭대기까지 폭 5m∼8m·길이 5백m의 한길을 닦았고 간이상수도시설·지붕개량사업·마을회관건립 등 새마을사업에 앞장섰다. 농로 2㎞ 개설·축산장려로 10여 마리 밖에 안되던 소를 60여 마리 확보 등. 73년에는 쌀 5백섬 증산계획을 세워 3백섬을 증산했고 마을뒷산 6백평을 개간, 유자나무·감나무 등의 묘목을 심고 마을공동기금 1백40만원으로 소 7마리를 사육하고 또 기금 60만원이 남아 있다.
쌀 5백섬 중산운동으로 3백섬을 더 생산하고 축산·고공품 생산 등으로 「논을 팔기만 하던 마을이 사들이는 마을」로 변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1만 여명의 논을 이곳 마을에서 사들였다. 부자촌에의 발돋움은 불과2년∼3년 안의 일이 되고 말았다.

<저수「탱크」·준설공사도>부산시 동래구 반송동
【담당=이무의 기자】부산시 동래구 반송동의 새마을운동은 정신개발과 환경개선을 주축으로 한 도시 새마을의 본보기-. 주민 2만8천2백82명 가운데 2만7천2백24명이 부산 시내 곳곳에서 재개발사업·철도부지 찾기 운동 등으로 옮겨온 이른바 정책 이주민들이었다.
이들은 당국의 이주정책을 이해하기에 앞서 생활근거지인 도심지에서 25㎞나 떨어진 외진 산기슭으로 밀려난 데 대한 원망이 앞섰다.
시 당국은 이 같은 주민들의 불편을 달래기 위해 상수도를 끌어넣고 진입로를 포장해 주는 등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냉담하기만 했다.
이 마을에 새마을운동의 불씨가 당겨진 것은 지난 이른 봄부터였다. 새마을훈장 근면장을 받은 마을지도자 양승호씨(38)가 앞장섰다. 양씨는 먼저 주민들의 숙원이 돼 오던 상반송과 하반송을 잇는 교량을 주민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에서 해줄 것을 왜 우리가 나서야 하느냐면서 코웃음을 쳤다. 양씨는 이 같은 주민들의 냉소도 무릅쓰고 먼저 가족들을 이끌고 나가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이웃주민들이 차차 호응하기 시작, 지난 2월24일부터 온 마을이 양씨의 집념에 감복, 삽을 들고 공사장으로 나섰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시 당국은 「시멘트」1천5백24부대, 철근4t을 지원해 주었다
마침내 7월31일 길이26m·폭3m·높이3m의 다리가 이어졌다. 다리공사로 보람을 느낀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 안길 2천1백88m에 보판공사를 끝내고 이어 하수구설치 2개소·준설공사5개소·저수「탱크」2개 설치 등 힘든 일을 자발적으로 해낸 것이다.

<바위 깨뜨려 미역 양식장>경북 울진군 기성면 기성부락
【울진=이용우 기자】경북 울진군 기성면 기성부락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오두막 같은 초가2백20여 채가 다닥다닥 붙은 가난한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서 20년 동안 경찰에 몸담았던 배복출씨(49)가 지난 71년 새마을지도자로 나서자 제일 먼저 손댄 사업이 초가지붕 개량. 배씨는 『스스로 돕자』는 신념을 부락민에게 불어 넣어 도 당국의 협조로 초가지붕에 기와나 「슬레이트」를 얹게 했다. 남은 볏짚으로는 가마니와 새끼를 생산, 연간 4백50만원의 부수입을 올렸다.
배씨는 마을공동 금고를 설치, 도지원 50만원과 자체자금 3백20만원으로 집집마다 수도를 넣어 환경을 개선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안길 1.8㎞를 곧게 새로 만들었으며 담장도 말끔하게 가꾸었다.
주민들은 바다에 면한 동네 입지조건을 고려하여 앞 바다의 바위 1천 입방m를 깨뜨려 미역 양식장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얻어지는 연간수입은 3백60여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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