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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지영준 마라톤 大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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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버스를 놓쳐 10여리 시골길을 한달음에 달려가던 소년이 한국 마라톤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신세대 마라토너 지영준(22.코오롱)이 16일 동아마라톤에서 비가 내리는 악조건에서도 2시간8분대의 호기록을 작성하며 '포스트 이봉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지난해 중앙마라톤에서 2시간10분 벽을 깼던 지영준은 광화문에서 잠실 주경기장에 이르는 42.195㎞ 풀코스에서 줄곧 선두권으로 달리다 거트 타이스(남아공.2시간8분42초)에 1초차 뒤진 2위로 골인했다.

지영준은 결승점인 잠실주경기장에는 타이스에 한발 앞서 들어왔지만 참가선수 중 최고기록(2시간6분33초)을 갖고 있는 타이스에게 결승선을 1백50m 앞두고 역전을 허용했다.

어린 시절 충남 부여 조촌면 집에서 석성면 중학교까지는 5㎞ 남짓했다. 오전에 단 한차례 버스가 오갔던 이 촌구석에서 아침잠이 많았던 그는 툭하면 버스를 놓치곤 했다. 허겁지겁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채 그는 숨차게 뛰어갔다. "정신없이 뛰었지만 8시 등교시간에 늦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말처럼 그는 달리기에 소질이 있었다.

육상 선수로 첫 출전한 대회는 석성중 3학년 때 부여 시민체육대회였다. "잘 달리면 체육 점수를 잘 주겠다"는 선생님 말에 아무 준비 없이 출전했다. 육상화도 아닌 농구화를 신고 대회에 나섰지만 성적은 8백m와 1천5백m에서 모두 2위였다. 이후 충남체고로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장거리 육상 선수로 성장해 갔다.

세번째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서 역대 7위에 해당하는 호기록을 작성했다. 정하준 코오롱 감독은 "아직 마라톤에 필요한 숏피치 주법을 완성하지 못했다. 순간 스피드와 순발력을 키워 내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6분대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부에선 중국의 장수징이 2시간23분18초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으며 최경희(경기도청)가 3위(2시간30분57초)로 들어왔다. 기대를 모았던 배해진(도시개발공사)은 30㎞ 지점에서 기권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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