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 살려 낯선 작품 계속 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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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생각해보니 소설을 쓰는 일은 세상에 대한 나의 오해를 그대로 적는 과정이었다. 이번 상은 나의 그런 오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계속 오해해도 괜찮다고 격려해주는 듯하다.”

 단편 ‘몬순’으로 제3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편혜영(42·사진)이 13일 밝힌 수상 소감이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건조하고 치밀한 문장으로 불안과 공포의 다양한 층위를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등단 이후 『저녁의 구애』와 『밤이 지나가다』 등 4편의 소설집과 『서쪽 숲에 갔다』 등 2편의 장편을 펴냈고 동인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는 “언젠가 이상(李箱)의 이름이 들어간 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소설 쓰는 과정에 있는 작가인 만큼 견고한 자기 세계가 만들어진 뒤에야 상을 받을 기회가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이르게 뜻밖의 소식이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수상작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가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을 안은 채 긴장 속에 살아가는 일상을 정전(停電)이라는 상황에 겹쳐 놓음으로써 존재론적 불안과 신뢰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 대해 그는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거칠게 윤곽을 잡아놓고 쓴 작품이다. 풍향은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데, 우리 주변의 일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에 착안해서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은 무뎌진다는 느낌이 들 때 상기하는 몇 명의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계속해서 젊은 감각을 가지고 낯선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1월 초에 열리며 상금은 3500만원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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