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난과 의식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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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유류 파동」이라는 이름의 「에너지」위기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충격적이다. 그것은 비단 경제적인, 또는 정치적인 차원에서만 해결할 성질의 위기는 이미 아닌 것처럼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우리들의 종전까지의 생활「패턴」·사고「패턴」까지 심층적인, 그리고 전면적인 반성과 「코페르니쿠스」적 의식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에너지」를 위시한 자원 위기는 결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요, 「글로벌」(전지구적)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둘째, 이 같은 「에너지」 및 자원 위기는 결코 일시적·일과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요, 그것은 확실히 장기화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겨울만 지나면 다음해 봄에는 모든 것이 시름없는 옛날로 환원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때문에 이 위기를 일시적·국소적으로 미봉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고 소견머리 없는 단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원 위기에 대한 경고의 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군데서 들려 왔었다. 다만 지금까지 그 경고의 소리가 세상의 귀를 얻지 못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도대체 제한된 지표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제한된 오염 허용성을 지닌 생태권에 살고 있는 인류가 무제한한 개발과 무제한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덧없는 꿈이라는 것을 세계의 석학들은 누누이 경고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에 전세계적으로 경고해 온 「에너지」위기는 어떤 의미에선 「진리의 섬광」이라고 조차 할 수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아무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던 『성장의 한계』를 단숨에 동시적·전세계적인 차원에서 모든 사람에게 피부적으로 체감케 해주고 있다.
대량 생산에 대량 소비의 확대가 무한정 하게 가능한 것으로 믿었던 사람들의 머리 위에, 그리고 『소비는 미덕』이라고 헛나팔을 불고 있던 사람들의 머리 위에, 이번 「에너지」파동은 전인류적으로 대오 반성을 촉구하는 냉수를 끼얹어 준 셈이다.
그 결과는 과연 압도적이다. 한국·일본과 같은 자원 약소국은 물론이요, 미국과 같은 자원 강대국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소비「패턴」의 소리 없는 대혁명』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 그건 평상시 같으면 상상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던 대결단의 강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전까지와 같은 경제정책이나 소비「패턴」을 가지고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전인류가 다다랐다는 것을 이제 드디어 깨닫게 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위기」란 역사적으로 인류가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하기에 필요한 슬기를 터득하는 형태였다고도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넉넉할 때가 아니라, 궁했을 때 궁여의 강제에 의해서 크게 배우게 된다.
이런 뜻에서는 이번의 유류 파동은 매우 교훈적인, 아니 구제적인 의미조차 함축하고 있다. 작은 위기에서 배울 수 있는 자는 큰 위기의 도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한계』를 예측한 「로마·클럽」보고서가 그려 주고 있는 것과 같은 「인류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유한 길도, 대파탄에 앞서 찾아오는 작은 파탄으로부터 배워, 궤도 수정을 성취하는 길 밖에 없다고 설파한 논자도 있다.
「에너지」위기는 우리의 경제정책·소비「패턴」 뿐만 아니라, 아니 그 이상으로 사고 구조상의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아포리아」(난문)에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우리의 태도에 전면적인 궤도 수정을 요청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들의 이성에 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온 국민의,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위정자들의 사고의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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