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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적용기준 재고하라|국민복지연금법안…국회공청회서 제기된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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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보사위는 23일 학계·언론계·경제계·근로자 단체 및 정부측 대표 등 20명의 각계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국민복지연금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에서는 갹출율과 급부율·정부출연여부·저소득층 문제·연금보험기구문제, 그리고 연금제와 의료·실업보험과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많은 문제점과 의견이 제기됐다. 각계대표가 지적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내용을 간추려 본다.

< 내자동원 인상 줘 명분상실>
찬반=복지연금제 실시여부의 대 원칙에 있어 참석자의 대부분은 그 취지상 원칙적으로 찬성했으나 세 사람 (언론계 2명, 학계1명) 은 시기상조라고 이룰 반대했다.
찬성하는 쪽은『국민복지연금법안이 나옴으로써 전체국민에게 안정감을 준다는데 의의가 있다』(서울법대 김치선 교수)는 점에서 환영했으나 내용상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김승한씨(중앙일보 주필)는 『이 법안은 기본취지인 복지보다는 중화학 공업육성을 위한 내자 동원이라는 인상을 풍겨 명분을 잃고 있다』고 주장하고『국민복지 연금제 보다는 의료·양로·실업보험을 먼저 정비·실시해야한다』고 말했다.
탁희준 교수(성균관대)는『예비적 사회보장제가 있고 난 후 그 꼭대기에 복지연금제가 성립되는 만큼 그 밑바탕이 되는 예비적 조치가 과언 되어있는가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김진현씨(동아일보 논설위원)는『사회보장제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우리 나라의 소득수준이나 소득계층구조를 볼 때 그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으므로 먼저 중산층 육성이라는 사회보장의 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찬성하는 측도 법 취지를 보다 명확히 국민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벌써 임금인상기피 수두룩>
갹출금과 저소득층=이만기씨(투개공 부사장)는『근로계층은 얼마 안 되는 소득 중에서 연금갹출금 이외에도 여러 가지 내는 것이 많아 오해를 빚을 우려가 있다』고 했고 윤종현씨(한국일보논설위원)는『복지가 위주가 돼야하므로 중화학 공업육성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없애는 뚜렷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의 의견 중 초점은 갹출율과 저소득층문제에 모아졌다.
적용 기준을 1만5천 원 선으로 정한데 대해 참석자 전원이 이를 재고토록 주장했다.
박노경씨는『도시근로자의 생계비가 3만5천 원이므로 생계비이하의 저소득층이 범국민적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해야겠지만 이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1백원 또는 2백원씩 내게 하여 정신적으로 가입토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고 대한노총의 윤영제 부위원장은『사회보장의 기본정신이 약자를 돕는데 있는 만큼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없는 1만5천 원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비극을 초래할 뿐이며 이런 하한선을 고집하면 저소득층의 임금을 계속 1만5천 원선 이하로 고정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또『국민복지연금법안이 나온 후 기업의 임금인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으며 7월말현재 7천 여건의 근로기준법위반사례가 생겼으나 구제할 길이 막연하다』고 실정을 설명하고『생계비이하의 저소득 자는 갹출율을 2%이하로 내리고 나머지는 정부나 기업주가 부담해야한다』고 말했다.
탁희준 교수는『1만5천 원 이상은 일률적으로 근로자 3%, 기업주4%로 갹출율을 정한 것은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지불능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어 대금을 고정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라면서『갑근세 징수기준 1만5천 원 보다는 최저생존비를 산출해서 적용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또『우리 나라의 임금수준과 구조가 오랜 식민지정책과 무리한 근대화 추진으로 기형화되어있어 복지연금 제 실시에 치명적인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노동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직능등록제와 직업안정제 실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주 측에서도 갹출율이 높아 저소득층의 임금을 고정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석창(경영자협회 부회장) 박영기(서강대 교수) 김경래(경향신문 이사)씨는『기업은 퇴직금을8.3% 지급토록 돼있는데 여기에 다시4%를 더 내게 되면 결국 임금인상을 억제하게 되므로 갹출율을 각각 반정도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용상씨(상의조사부 차장) 는『갹출율은 조세부담률에 비해 과중하며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현재의 소득수준과 생활수준을 고려하여 갹출율을 재조정, 인하하고 저소득층은 적게, 고소득층은 많이 부담토록 하는 한편 일정액을 정부가 부담토록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만기씨도『현재의 갹출율은 임금체계에 있어 상후하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1만5천 원 이하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연금과는 다른 사회보장제를 마련하여 해결될 것』을 기대 했다.

<1%라도 출연해야 연대감>
정부출연=정부출연문제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으로 갈렸는데 신홍 교수(고대)는『국민복지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최소한의 출연이 있어야하며 대기업에 대한 과세 등의 방법으로 단 1%라도 출연해야 국민간의 연대의식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종인 교수(서강대)는『복지연금은 보험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므로 정부출연은 이론상 맞지 않는다』고 했고 탁희준 교수는『정부가 재정여유가 있으면 오히려 미 취업 실업자나 잠재실업자구제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지급기간 너무도 길다>
타 제도와의 관계=또 국민복지연금제가 공무원·군인연금과 차이가 많은 것은 시정돼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종현씨는『군인들은 20년 근무하면 70%를 지급 받는데 비해 복지연금은 평균 지급율이 표준보수의 40%에 지나지 않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 했고 신봉식씨(전경련 조사부장)는『공무원 연금과 같이 일시 반환금제가 있어야한다』고 했다.
탁희준 교수는『복지연금이 노령·실업·퇴직보험을 종합한 것이므로 적어도 퇴직금제는 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노총의 윤영제씨는『퇴직금은 법적으로 후불인 만큼 이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연금계산에 있어 물가상승이 20%일 때 재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승한씨는 중도퇴직자나 일시적 실업자에 대한 구제조치가 강구돼야하며 물가상승 20%일 때 재조정한다고 했는데 20년 후에는 엿도 못 사먹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노경씨는『지난해에 비해 실감물가는 40∼50%가 상승했는데 20년 뒤엔 어떻게 되겠는가』는 의문을 제기했고, 윤영제씨는『물가가 5%이상 상승하면 반드시 재조정돼야하며 그 기간도 1년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연금지급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 지적됐다. 윤종현씨는『지급기간이 너무 길어 독신자가 60세 전에 사망하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신봉식씨는 신체장애 또는 중도퇴직시에도 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었다.

<가입자보호 감독관제 필요>
보험기구=보험기구문제에 대해 김치선 교수는『연금제 시행과정에서 급여상 잘못이 있을 때 이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감독관제가 신설돼야하며 가입자에게 불이익이 왔을 때 이를 심의, 시정할 수 있도록 심사 위를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했고 신봉식씨는 독립채산제를 채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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