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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재수의 환상을 깨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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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애 대표

지금 수능 이후 수시의 험난한 파도를 넘지 못하고 다시 더 춥고 배고픈 정시의 계절이다. 가파른 겨울 산을 넘고 있는 고3 그리고 수험생, 또 그들의 학부모인 우리 아줌마·아저씨들. 먼저 그 길을 간 선배로서 앞으로 갈 길이 더 험난할 수 있다는 얘기를 꺼내게 돼 정말 미안하다.

 한두 번 잘 나온 모의고사 성적보다 못한 수능 성적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수능이 자신의 실력을 배신했다고 원망하는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정신 차리자고. 언제나 희망은, 환상은 아름답다고.

 재수만 하면 점수가 오른다? 그건 5%의 이야기다. 이 5%는 대부분 상위권이다. 재수해서 점수 안 오르거나 떨어진 사람은? 절대 누구에게 나서서 자랑하지 않는다. 당신이라면 재수해서 점수 떨어졌다고 자랑하겠는가.

 올해 입시에서 토플 115점을 가지고 이화여대 글로벌전형에 지원한 A양 얘기다. 그런데 이번 수능 영어B형에서 최저등급 2등급을 못 받아서 떨어졌다. 본인 입장에서도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하지만 재수는 하지 말라고 냉정하게 얘기해줬다. 올해 수능 피해자라고 해서 내년에 수혜자가 되리라는 보상의 법칙 같은 건 재수에선 없다.

 B군의 이야기가 훨씬 현실적이다. 그 역시 고교 재학 중 3년간 본 모의고사에서 한 번씩은 1등급이 나왔으나 수시·정시에 모두 떨어져 재수를 결심했다. 아이가 재수를 결정하자 대입 결과에 자존심 상했던 학부모는 화색이 돌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재수를 해도 기대만큼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재수를 하건 삼수·사수를 하건 그 결과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정시 끝났으니 이제는 재수밖에 없다? 그렇지도 않다. 송도로 눈을 돌려보자.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도 지난해부터 컴퓨터과학과·기술경영학과를 열어 놓고 있고, 올 3월엔 조지메이슨대가 경제학과·경영학과 학생을 모집한다.

 왜 갑자기 외국 대학이냐고? 대학 들어가면 영어 때문에 어차피 어학연수 가고 교환학생 간다. 2~3년 대학 더 다닌단 얘기다. 재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연평균 3500만~5000만원 한다. 무엇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까. 시간을 죽이면서 그 기회까지 죽이지는 말자.

이미애 대표

◆약력=네이버 대표 까페 ‘국자인’(http://cafe.naver.com/athensga)을 이끌고 있다. 현재 회원 수 7만6000여 명이며 자녀 교육에 관심 많은 부모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