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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 소비의 억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적인 유류 파동과 관련, 유류 수요 억제책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정부는 소비 절약 책의 일환으로 자가용차의 신규 허가 제한, 영업용 차량 운행 횟수 조정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자동차 유류 사용 억제는 이밖에도 내무부가 주관하여 차종별 적정 경제속도 제정과 세금의 차등부과, 휘발유 「엔진」의 경유 전환, 소형 국민차 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유류 배급제의 실시, 난방용 유류 사용 제한 등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상의 대책 중에서 교통수단용 유류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실상 심리적인 효과 이외에는 그다지 큰 실효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금년도 유류 수요량은 1천7백만㎘이며 이 가운데 항공기·철도·자동차를 망라한 교통수단용 유류는 전체의 18.2%밖에 안되고 있다.
특히 유류 중 자동차가 대부분 소비한다고 추정되는 휘발유는 전체의 4.6%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정부가 먼저 해야할 일은 민간차량을 규제하기에 앞서 관이 솔선 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급 공무원 수 증가와 비례하여 관용 차량이 계속 증가, 약1만대에 이르고 있는데다 차량 번호 판까지 일반차량과 식별할 수 없게 함으로써 공무 이외에도 차를 사용하는 일이 허다하다는 항설이 있을 정도이다.
이 같은 관의 낭비 요소를 우선적으로 제거하지 않고 국민에게 유류 소비 억제를 말한다해도 큰 설득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검소한 기풍을 기른다는 이름 아래 연전 외제 승용차를 못 타게 하고 차량 증가도 제한했었던 것인데 이 방침이 어느덧 오리무중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밖에도 이번에 밝혀진 정부의 유류 소비 억제 가운데에는 재고해야 할 점도 없지 않다.
첫째, 자가용 신규등록 제한은 국내 자동차 공업 육성 및 국산화 시책과 양립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초부터 「메이커」를 4개나 늘려놓고 이제 그 판로를 막는다는 것은 그 업체 자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공업의 장래를 위해서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둘째, 영업용의 운행 횟수 조정은 그렇지 않아도 교통난이 극심한 상태를 한층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셋째, 이른바 경제속도라는 것은 차종마다 다를 것이므로 이들 공표한 후 단속보다는 계몽하는 방향으로 힘을 쏟아야 될 것이다.
끝으로 근본적으로는 운행 연한을 넘긴 노후 차량을 철저히 「스크랩·다운」시킴으로써 교통안전과 공해문제 및 유류 낭비를 아울러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낭비 풍조를 없애도록 국민에게 협력을 호소하고 국회에 계류중인 열 관리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에너지」 소비의 합리화를 기해야하는 것이다.
단기 대책에만 부심할 것이 아니라 유류의 장기 안정 공급방안을 하루 빨리 실현하고, 앞에서 말한 관의 유류 소비절약 결의를 보여줌으로써 「에너지」낭비 폐단을 시정토록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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